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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 행정·22티비를 켰다우울한 얼굴의 기상캐스터호우주의보, 호우주의보, 호우주의보날 벼린 창들이 시끄럽게 귀를 때린다찢어진 우산 하나 대롱 들고도발걸음은 사뭇 가벼웁다진창 웅덩이에 빠져어제 빤 옷이 걸레처럼 남루해도괜찮을 거야 살아내야 할 설렘의내일 날씨는 매우 맑음일 테니
문화
전북대신문
2024.04.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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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 국어국문·23바람난 바람은머무를 거처를 방치하고제 유연함에 기대어종종 유랑하곤 하지한 걸음 다가왔다가도돌아보면 잡히지 않으니썰물을 즐기는 바다일지도 모르겠다난기류와 만날 때비행궤도를 사수하고폭우 쏟아진 뒤 충혈을 감추려 애쓰는구나표출은 청춘의 특권눈치를 덧대지 말고마음껏 흔들리며 방황해보렴더위 겪을 날씨에 퍽 목마른 날그 갈피 아래 침잠하여너를 평생 소년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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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4.04.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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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주 / 국어교육·19 입속에 먼지처럼 쌓였을 세월의 무게로노인은 차가운 안치대에 몸을 뉘었다달궈진 슬레이트 지붕 매미 소리 듣고 있을 때빼빼한 몸 안에 뜨거운 총알 지닌 사내 하나끈적이는 흙길 무한궤도의 상흔이 아직 선명한데빽빽하게 그를 둘러싼 뙤약볕 아래벼를 닮아 젊은 농부의 허리도 착실하게 굽어갔다핏기 없던 얼굴 품안의 새벽이 익을수록온통 그을려 엉킨 주름침묵의 울음소리는 각기 다른 옹알이로가을바람 타듯 철길 따라 떠났다가그를 닮은 얼굴로 철새처럼 돌아왔을 때손금 사이 핀 굳은살은 농기구놓을 겨를 없던 삶을 증언하듯머리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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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4.03.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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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동 / 국어국문·22 나는 무게를 초과한 짐을 지고 있어출발도 하기 전에 울기 시작했어낯선 생활은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어봄엔 꽃이 피어나고 여름엔 비가 내리고가을엔 열매가 맺히고 겨울엔 또 추워지네나는 공책을 펴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어머니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씀드리려고아휴, 근데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어내 안에는 열등감과 나약함이 자라고 있어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능력이 없어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에나와 일기장의 비밀일 뿐이라는 것을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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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4.03.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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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골목길신시은 / 국문 20 이미 차갑게 식은 평상에 앉았다. 희미한 편백 나무의 향이 사락 올라온다. 나의 시선은 이 골목 끝으로 들어오는 입구뿐. 모든 연결망이 끊겨버린 그를 기다려본다. 지금은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듯한 11월의 어느 날. 기모털 하나 없는 카디건은 저 북풍을 타고 싶은 건가, 아님 무식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주인이 싫은 건가. 신경을 쓰려할 때쯤엔 이미 나를 떠나있었다. 결국 떠났구나, 시선을 원위치로 돌린다. 아, 아, 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숨을 막아버린 공기는 눈치 빠르다. 말없이 몸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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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6.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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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fog)오충권 / 국문 20 여유 없이 여유 탐닉한 나를 미워하며 여유가 부족한데 여유를 나누어주는 나를 원망하며 이제 시야는 좁은 길 속 이래저래 외줄 타고 머릿속은 탁한 도시가스로 무거워진 뇌의 증기기관이 작동하는 것이겠지. 구름사람이 없는 건 분명 잡히지 않기 때문이겠지. 잡지 못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을 어떻게든 잡으려고 꺼내려고 만지려고 하는 내가 안쓰럽기 때문이겠지. 잡지 못해 탁해진 사내를 끄집어내줄 아지사이의 빛깔이 고운 그 사람은 어디에 있나. 차가운 입술의 공기가 뜨거운 가슴의 공기를 밀고 밀어 눈물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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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6.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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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 먹은 인생 백지원 국어국문 22 대나무와 난초가 자랑거리인두메산 산골짜기는구청 허락 없이 벌목하는황당 업체가 있는자연 친화적인 마을이다 이 세상은 고속도로 달리다가안전장치를 안 한 트럭에서 떨어진뜨악 벽돌에 교통사고 당하는평화로운 세상이다 태평양 너머 어느 나라는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짭새가 사람 때려서 죽게 만드는치안 쾌청한 나라라더라 요로코롬 살기 좋은 곳에서“미래 창창한 청년”타이틀을 단 사람으로서의 “나” 막막해하고 있을 때 부장님이 다가온다젊은이가 벌써 지쳐있으면 어떻게 해하사받은 에너지드링크의 허황한 문구“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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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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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여덟 시 홀로 김강현 국문 19 눈이 번쩍 쿵쾅 떠졌다낮잠을 잔 모양이다거실로 나오자 깜깜했다집에 혼자인 날은아무도 불을 켜주지 않는다내가 불을 켠다조용한 거실공허한 소파깜깜한 TV가 날 째려본다어제의 소음이 썰렁썰렁 스쳐간다까끌까끌 적막이 내 가슴을 쑤신다괜스레 쌀쌀해져 굳게 닫힌 창문을 쏘아본다이빨을 꽉 깨물어 본다여기는 집이 아니라 궤도를 이탈한 우주선이다나는 한없는 우주를 갈팡질팡 헤매는 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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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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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서로가 미련이다 김승미 철학 19 차라리 고아였으면 하던 때가 있다열여덟 살에 시집와서 아이 일곱 낳고구타를 참고 가난을 버티며 살아온 할머니를 보며자신은 밤의 여왕이라고 불법업소 사업을마다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먼지더미에서 청력을 잃어가며 근육 파열을아무렇지 않게 견디는 아버지를 보며8시부터 23시 정신없는 도로를 누빈 탓에예민했던 택시 드라이버 작은아버지를 보며자존감이 낮아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던정서 불안의 관심병사 판정받은 남동생을 보며백혈병이니 위암이니 가혹한 것들로 마르는 주제에미래를 얘기하는 여동생을 보며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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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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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연 / 정순덕 국문 22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던 날내 곁을 어슬렁거린 너나는 들일 생각 없었다너의 슬픈 눈빛과 마주쳤을 때허기진 배만 채워주려 했는데인연이 되었지 먼저 온 누렁이를 바라보는네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고어느새 토실해진 네 몸의 깃털은 빛나고 있었다내 눈엔 호박인데 누렁이가 뭐가 좋은지애정 공세가 불길이었다 우리의 슬픈 운명은 시작되었지누렁이에게 수컷이 얼씬거리기만 해도질투심에 싸우느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지온몸에 선혈이 흐르고 두 다리 절뚝거리는 너내 가슴 찢어진 순간 겨울비가 내리고다시 찾아올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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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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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권태의 변주곡 / 국어국문학과 김상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처음, 15도 처진 너 눈마저 예뻐 보였다처음, 매정한 너 성격마저 좋아 보였다처음, 맨발과 샌들마저 좋아 보였다.어느 순간 내 눈에 돋보기 씌어 널 보았다.자세히 보니까 더 못생겼다.자세히 보니까 더 외면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달력이 한 장 한 장 넘겨질 때마다널 만나고 싶은 마음도 같이 넘어갔다.오래 볼수록 싫증만 생겨난다.오래 볼수록 혼자가 편해진다. 너도 그렇다는 말.하지만권태 또한 사랑이라고 스스로 착각한다.내 마음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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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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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의 조건 / 이주희 국문 22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 시 알아?요즘 유행하는 노래 가사야? 옛날 시? 꼰대도 아니고 이딴 걸 왜 봐MZ는 그런 거 안 본다며 다시 유튜브에 정신이 팔린다. - MZ의 조건 -1. 당신의 정신을 구매했나요? yes/no2. 원 비싸지는 것의 의미는? 3. 말을 최대한 줄여서 사용할 것. . . . 교복 입은 학생들, 벤츠 몰고 가는 카푸어, 진한 루즈 두껍게 바른 언니도 발걸음, 한 마디마다 MZ력이 늘어난다. 뉴스 속 보입니다. 현장에 있는 김민지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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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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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판 윤주연 국어국문 22고향에 내려가는 저녁 버스를 타던 날문득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겨울 들판은 쓸쓸하고 어두워하다 죽어간다생명이 꺼져가는 앙상한 들판에 회갈색빛이 떠돈다줄지어 있는 가로등 귤색 불빛으로는가을의 영광을 영사하긴 커녕가로등에 붙은 날파리조차 몰아낼 수 없다창문에 붙어 들판의 한기를 삼키면왠지 모를 죄책감이 다가와 고개를 돌린다적어도 이 밤이 지나고 저 날이 찾아오면어개동무로 한밤을 지새워줄 친구가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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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4.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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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유연우 국어국문 21너는 다시 태어났다 수선화로잘 가누어지지 않는 고개를 들며너는 완전함이 뭐냐고 물었다도와줘, 라는 말을 들을 수있을 거라고 대답했다북향인 창가에서도너는 미개봉 꽃봉오리를 피워냈고나는 물을 주며 질문을 기다렸다네가 오랫동안 숨죽여 울어도우리는 각자 생각에 잠겨있었다상투적인 것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네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꽃대가 부러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화분 속 흙을 파고 너의 뿌리를 만졌다그건 미련이라고, 네가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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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4.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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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 제조기 이정민 국어국문 22요거트를 만드는 과정을 그려봐면포에 싸인 본연의 모습이압박해오는 이기적 욕망을눈물을 한 움큼씩 짜내며속상해하는 요거트를 생각해 요거트를 갈망하는 시간을 떠올려설레는 사람들의 기다림짜증 나는 고뇌의 시간을 거쳐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잠잠해지면완성되는 그 요거트를 생각해 결국 너는 그릭요거트 혹은 플레인요거트가 될거야팔랑거리며 나부끼는 요거트가 될 바에는아무도 모르게 굳는 요거트를 꿈꾸기 바라함부로 이리저리 들썩이는 사람이 될 바에는스스로 닦아 빛나는 새로운 길이 되길 바라
문화
전북대신문
2023.04.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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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에 대하여 이난영 국어국문 20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사랑과 슬픔이 화면 속에 압축되고 있어끝나지 않는 연극과도 같은차가운 코드와 얼음 같은 데이터만 존재해 암호 같은 숫자들의 행동을 따라다니고하나하나 꿈같은 환상을 쫓아다니고변화무쌍한 혼돈의 숫자들을 쫓으며자신이 가진 꿈을 상실하고 말았지 카멜레온 디지털 세상에 휩쓸려명상하는 권리조차 잃어버렸다네프로그램의 명령만 귀에 울리고클릭 소리만 귓가에 메아리치네 혁명할 용기가 필요해차가운 화면과 명령 프로그램을 깨고스스로 고독한 내면을 길러야 해디지털이 숨긴 진실을 찾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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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3.04.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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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른 꽃잎 같은 사랑을 해서 국문/20 홍주은우리는 마른 꽃잎 같은 사랑을 해서바스러질까 쉬이 안아보지도 못하고잊지 못한 이름 위에 그저 낙엽을 덧대었네 끝까지 모질지 못해기억 속 보드라운 것에 잠겨 숨을 내쉬었고모난 마음이 서로의 마음을 할퀼까 숨을 죽였네 신호등이 바뀌던 찰나의 시간어느 가을날의 우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그건 내가 실감한 최초의 작별이었음을 만남을 알 수 없었듯결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나는 그때 알았네 네 소식 품은 찬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네길가에 모아둔 낙엽을 휩쓸고 하얀 숨을 내뱉게 하고손에 쥔 자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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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2.05.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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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 버스의 추돌 사고 국문/21 정채은나는떠나가는 자의 뒷모습을 안다 우리 따님, 사랑해그 말을 끝으로어설픈 웃음이 멀어지는 4월봄이 반짝하얗게 부서졌다 그게 너무나 눈부셔서당신을 붙잡지 않았어부서지는 것들이 때로 영원보다 찬란해서당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4월이헤드라이트 사이로 뒹굴며 비산했단다사상자의 숫자를 읊는 목소리 앞에서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한 번은 잡아볼 걸--- 씹다가 막 뱉은 껌처럼딱 그 정도만 당신 발길을 잡아채어느 여름날까맣게 말라가는 얼룩으로남아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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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2.05.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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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웃는 게 좋아요엄마의 웃음 진동은 나에게 최고의 음악이거든요난 음악에 맞춰 콩콩 리듬을 만들어 내고엄마는 나를 위해 둥둥 또 다른 음악을 틀어줘요하루종일 우리는 쓰담쓰담 쿵쿵 춤을 춰요엄마는 나에게 뭘 좋아하는지 안 알려줬지만 난 이미 알고 있어요.우리 엄마는 딸기를 먹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거든요이걸 어떻게 아냐고요?내 입꼬리도 올라가거든요나랑 엄마는 공룡처럼 닮았으니까요엄마는 동전만한 나에게 태양만한 것들을 알려주었어요난 엄마 덕분에 음파음파 춤추는 걸 알았고난 엄마 덕분에 웨베베 짠물을 먹었어요그런데 엄마한테는 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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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신문
2022.05.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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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는 이게 불법이라던데파업은 합법이어도투잡은 반칙이지수줍음은 사치요남은 건 몸뿐한적함을 빌리고 싶은 그녀는 꿈과 희망 을 심어준다는 영화를 아이들에게 틀어주 었다. 파란 얼굴이 나와서 그을린 남자에 게 소원을 물었다. 제 소원은요… 빨래를 개던 그녀가 귀를 열었다. 쫑긋. 열린 귀는 다시 접혔다. 털썩. 몸부림치는 아이들 덕 분이었다. 엎어진 컵에서 오렌지 주스가 흘 렀다. 개켜지지 않은 빨래는 주황색 얼 룩을 얻었다. 권태기 온 남자의 표정을 한 채 그녀는 바닥을 훔쳤다. 요술 램프가 있 다면 빌려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문화
전북대신문
2022.05.19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