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번 버스의 추돌 사고
국문/21 정채은
나는
떠나가는 자의 뒷모습을 안다
우리 따님,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어설픈 웃음이 멀어지는 4월
봄이 반짝
하얗게 부서졌다
그게 너무나 눈부셔서
당신을 붙잡지 않았어
부서지는 것들이 때로 영원보다 찬란해서
당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4월이
헤드라이트 사이로 뒹굴며 비산했단다
사상자의 숫자를 읊는 목소리 앞에서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한 번은 잡아볼 걸---
씹다가 막 뱉은 껌처럼
딱 그 정도만 당신 발길을 잡아채
어느 여름날
까맣게 말라가는 얼룩으로
남아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