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른 꽃잎 같은 사랑을 해서
국문/20 홍주은
우리는 마른 꽃잎 같은 사랑을 해서
바스러질까 쉬이 안아보지도 못하고
잊지 못한 이름 위에 그저 낙엽을 덧대었네
끝까지 모질지 못해
기억 속 보드라운 것에 잠겨 숨을 내쉬었고
모난 마음이 서로의 마음을 할퀼까 숨을 죽였네
신호등이 바뀌던 찰나의 시간
어느 가을날의 우리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건 내가 실감한 최초의 작별이었음을
만남을 알 수 없었듯
결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네
네 소식 품은 찬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네
길가에 모아둔 낙엽을 휩쓸고 하얀 숨을 내뱉게 하고
손에 쥔 자잘하게 부서진 꽃잎을 들여다보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