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삶을 만드는 색채치료

▲색채치료에 사용되는 병들이 놓여 있다.
▲색채치료에 사용되는 병들이 놓여 있다.

색과 인간 심리 간 연결고리를 활용해 스트레스 해소부터 정신병 치료까지, 일상에서 색은 그 다양성만큼이나 수많은 구실을 한다. 학창 시절, 초록색이 심신 안정에 도움돼 교실 칠판이 초록색이 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노란색은 주의를 쉽게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 교통표지판에 사용된다는 내용도 익숙할 것이다. 색의 쓰임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 심리와 색의 만남
최근 패션 업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극복 방안으로 ‘도파민 드레싱’이 떠오르고 있다. 도파민 드레싱이란 밝은 색상의 가방과 옷 등을 매치해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맹희숙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컬러테라피전문가 과정 지도교수는 “색과 인간의 심리는 굉장히 밀접하다”고 밝혔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색과 함께한다. 또한, 시각은 오감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중 약 70%를 차지한다. 시각적으로 습득한 색의 정보가 정서나 감정에 영향을 줄 확률이 높기에 심리와 색채 간에 긴밀한 연관이 생기는 것이다. 

색이 심리에 정서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은 색마다 지닌 고유한 파장과 관련 있다. 무지개색 중 빨간색의 파장이 가장 길고 보라색이 가장 짧다. 빨간색에서 보라색 순으로 파장이 점차 짧아진다. 긴 파장일수록 활기찬 에너지를 내고, 짧을수록 차분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런 에너지 특성으로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감정이 과하거나 신경이 쇠약할 땐 심신이 불안정해진다. 이때 적절하게 색을 활용함으로써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노에 가득 찬 사람에겐 빨간색보다는 비교적 파장이 짧은 초록색을 활용해 심신 안정을 유도한다.

▲색채치료의 모든 것이 궁금해!
색과 심리의 밀접한 관계가 치료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 통용해 색채치료라고 부른다. 맹희숙 교수는 색채치료를 “빛의 파장을 활용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로 심리학과 의학 분야에서 이용된다. 색마다 각기 다른 파장과 진동으로 심리적 안정 및 육체 순환 활성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오늘의 기분을 진단해 볼 수 있고, 나아가 스트레스 해소 방안 마련에 참고할 수도 있다. 

색채치료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개선에도 쓰인다. 맹희숙 교수는 “무기력함에 압도된 환자에게는 활기찬 에너지가 담긴 빨간색 사용을 권함으로써 에너지를 북돋아 준다”고 말했다. 적절한 색상 활용으로 환자들의 기분을 환기해 긍정적인 인간관계 형성을 돕는다. 이런 과정이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는 데 일조한다.

때론 색이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맹희숙 교수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파장의 색을 주변에 두거나 한 가지 색상만 계속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가 단파장에 해당하는 파란색을 과도하게 접하면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한 가지 색상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극단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 후 자신에게 필요한 색상을 찾아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색채치료가 그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런 우려에 맹희숙 교수는 “색채치료는 빛의 파장 등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 그저 심리적인 효과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색채치료는 원시시대부터 쓰이던 전통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 당시 소라의 보라 색 점액질을 상처에 덧바르는 등 단파장 색상을 상처 안정을 위해 사용한 사례가 있다.

▲“오늘의 상태는?” 색으로 마음 진단
색채치료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동그란 향수병처럼 생긴 용기 안에 각기 다른 색이 담긴 열 개의 병이 있다. 이중 마음에 드는 색을 세 가지 골라 순서대로 나열한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처한 상황과 시기마다 끌리는 색이 다를 수 있다. 맹희숙 교수는 “색을 선택할 때의 감정과 시각적인 자극이 만나면 색으로부터 받게 되는 에너지가 증폭해 특정한 색상에 끌리게 된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색이 담긴 병을 나열한 후에는 전문가로부터 심리 상태에 대한 예측을 듣는다. 이명희 (사)한국색채산업전문가협회 이사는 처음 고른 색이 평소 좋아하는 색, 두 번째로 고른 색이 현재 상태를 드러내는 색, 세 번째 색은 치유의 색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평소 좋아하는 색상은 자신의 본래 성격과 닮아 있는 경우가 많다. 빨간색, 주황색 등 장파장 영역에 해당하는 색을 좋아하면 외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파란색을 비롯한 단파장의 색을 좋아한다면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향으로 추론된다. 두 번째 고른 색으로 본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짙은 파란색을 골랐을 경우, 현재 깊은 고민에 빠져 부정적 상태인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고른 치유의 색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색상으로, 이 색을 주변에 두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

백선영 기자 seonyoungkk@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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