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경직성 해소, 국립대학법안 제정으로 위기 극복해야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등록금 동결 및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지방국립대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북대신문에서는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대학의 자율성 보장, 양질의 교육을 위한 안정적 재정 확보, 재정 분배 불균형 문제 해결에 관한 특별 기획 ‘위기의 지방국립대, 해법은 없나’를 마련했다. 본 기획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되며 이번호에서는 이와 관련돼 우리 학교의 상황을 취재해 봤다. <편집자 주>

 

▲각종 사업 선정으로 재정 증가…학교는 여전히 어려워

현재 대학은 물가상승률, 인건비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의 국가지원금, 그 외 자체수입금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국가지원금과 대학 자체 수입금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지원금은 학교 시설 및 운영, 교직원 임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6회계연도부터 국가지원금을 살펴보면 2016회계연도 1336억, 2017회계연도 1359억, 2018회계연도 1373억원이었다. 또한, 2019회계연도에는 1434억, 2020회계연도에는 1635억, 2021회계연도 1803억원이었다. 5월 기준 2022회계연도는 1827억원으로 2016회계연도부터 2022회계연도까지 평균 5%(81억원) 인상됐다. 단, 올해 국가지원금은 더 증가될 수 있다.

국가지원금이 매년 증가함에도 14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인건비,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학교는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도와 2019년도 최저시급은 각각 16.4%와 10.9% 인상됐으나 우리 학교 국가지원금은 2018회계연도 14억원(1%), 2019회계연도 61억(4%)만이 인상됐다. 

그중 학교 운영비는 2018회계연도 63억 원, 2019회계연도 68억 원, 2020회계연도 63억 원, 2021회계연도 78억 원, 2022회계연도 81억 원이었다. 운영비 역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대학은 등록금과 같은 자체수입금과 대학 혁신지원사업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비로 재정을 확보한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비는 지난 2008년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대학 자체 수입금 중 순수 대학 수입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어려워진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다양한 대학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대학과의 경쟁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만약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서울 사립대와 지방대 간의 교육불평등을 부추기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비판한다.

대학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기존에 진행되던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국립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독려하는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대학의 재정 문제는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원으로 해결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성수 사무국장 또한 “최근 진행된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제외하고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성과형 재정지원으로 수도권 대학보다 열악한 기초 자원을 가진 지역 대학은 불리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학교는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 연구 인프라와 연구는 일정 수준 이상”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이 있으면 미국의 유수한 주립대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우리 학교가 선정된 주요 재정지원사업은 국립대학육성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 LINC+사업단, BK21 대학원혁신 사업단,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이다. 이를 통해 우리 학교는 약 26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위의 사업단과 더불어 빅데이터 및 에너지산업 디지털혁신공유대학으로 선정되면서 317억원의 예산을 받았다.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비를 많이 확보한다고 대학의 예산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지정된 사업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숙 재무과장은 “대학이 대학의 자체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재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학생의 교육과 연구에도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명숙 재무과장은 “코로나-19 확산처럼 갑작스럽게 재정 지출이 발생할 경우 대학의 자체수입으로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등록금 동결, 공공요금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직성경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점점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사정으로 우리 학교는 지난해 실험실습비 10%와 부서 운영비 20%를 삭감했다. 김명숙 재무과장은 “신규 사업의 경우 대부분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우리 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략 1737만 원이었으며 2019년에는 1778만 원, 2020년에는 1814만 원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018년 기준, 서울에 있는 대학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많은 대학은 포항공과대학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9328만 원이었다. 그 다음으로 서울대가 4474만 원,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3791만 원, 연세대가 3173만 원, 성균관대가 2791만 원, 가톨릭대가 2484만 원으로 서울 사립대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학법안 제정으로 대학 자율성 보장 가능

국립대학법안이 국회에 통과될 경우 대학의 교육부 재정 의존, 교육부 장관의 사무국장 임명제도 등 우리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인들이 해결된다.

현재 국립대는 재정 총액 중 절반 이상을 국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2학년도 대학회계 세입세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 학교의 예산 역시 2924억 890만 원 중 반절이 넘는 1738억가량이 국가 지원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의 나머지 수입은 주로 교육부의 정부 재정지원사업 선정 지원금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는 대학이 교육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재정적인 문제로 대학이 교육부에 종속된 대표 사례는 바로 총장 직선제 폐지다.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국립대 운영체계의 구조개혁을 목표로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교과부는 총장 선거를 간선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후 지난 2012년 교과부는 총장 직선제가 이뤄지는 국립대에게는 교육역량강 화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액수만 약 25~30억 원으로 교과부에 재정 의존도가 높은 대학들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장관의 사무국장 임명제도 역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사례로 꼽힌다. 사무국장은 국립대 소속 직원으로서 교무를 총괄하고 총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사무국장은 교육부 장관에 의해 임명된 교육부 출신의 고위 관료로, 총장은 사무국장의 임명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황갑연(인문대·철학) 교수회장은 “사무국장이 직원 인사나 재정 운영 등에서 독점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간 총장의 의견보다 교육부의 지시를 위주로 교육과 사무를 관리하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학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자율성 침해 문제의 해법으로 국립대학법안이 떠오르고 있다. 국립대학법안은 지난해 11월 17일 국립대의 법적 지위와 운영 원리를 명확히 규정하고자 발의됐다. 즉, 국립대가 자율성의 주체로서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불안정한 재정 구조로 대학이 교육부에 구속되는 문제는 국립대학법안의 예비비 계승 조항으로 해결할 수 있다. 유명환(정치외교·16) 부총학생회장은 현 대학의 주체성에 대해 “재정 대부분을 교육부에 의존하기에 교육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예산총액의 절반 이상을 교육부로부터 충당할뿐더러, 해당 지원액은 교육부가 설정한 평가 지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립대학법안 제3장제42조 예비비 항목은 대학회계 예산총액의 100분의 1 이내의 금액을 예비비로 계승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비비란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이 발생할 때 대학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다. 우리 학교의 올해 예비비는 1억 원이지만, 국립대학법안을 적용할 경우 예산총액 2924억 중 약 29억을 예비비로 계승할 수 있다. 김용우 직원협의회장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단체도 예산총액의 100분의 1을 예비비로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도 이와 마찬가지로 예비비를 계승한다면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대학 자율성 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립대학법안이 제정될 경우 사무국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대학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국립대학법안의 최종 발의안 제17조제4항에 의하면 해당 대학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부 장관이 사무국장을 임명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한편 지난 4월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교육부 장관의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권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유진 기자 lisaisa@jbnu.ac.kr
백수아 기자 qortndk0203@jbnu.ac.kr
지혜민 기자 20221026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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