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재정적 뒷받침 아래 통합네트워크 마련해야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등록금 동결 및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지방국립대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북대신문에서는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대학의 자율성 보장, 양질의 교육을 위한 안정적 재정 확보, 재정 분배 불균형 문제 해결에 관한 특별 기획 ‘위기의 지방국립대, 해법은 없나’를 마련했다. 본 기획은 총 3회에 결쳐 연재되며 이번호에서는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이 분석한지방국립대 현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국 대학은 지금 ‘골든타임’을 지나는 중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 역시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9만 명을 기록했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해 오는 2024년 43만 명, 2040년 28만 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교육연구소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방안’(2021) 보고서에서 대학입학 가능인원을 추계해본 결과 2020년~2024년에 73,000여 명이 감소하고, 2025년~2031년 24,000여 명이 증가하는 정체기를 겪다가 2032년~2037년 다시 71,000여 명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즉, 대입 가능인원이 2020년 45만여 명에서 2037년 31만 여명으로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곧바로 대학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상당수 대학 특히 신입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와 전문대는 이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오는 2035년 사립대 등록금 수입이 지난 2019년보다 1조8,682억 원(-17.9%), 2040년은 3조 5,917억원(-3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구변동과 미래 전망: 지방대학 분야(2021)’ 보고서에서 2042~2046년 국내 대학 수는 385곳에서 190곳으로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학 소멸 위기, 국립대도 예외 없어

대학의 소멸 위기는 전통적으로 재정운영이 안정적이었던 국립대도 예외는 없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2021년도 대학 신입생 등록률 분석(2021)’에 따르면 작년 신입생 등록률은 전년도에 비해 일반대의 경우 4.0%p, 전문대는 9.9%p 하락했는데, 국공립대 중에서도 등록률이 9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이 4곳이나 됐다.

특히 경북지역 국공립대는 전년도 99.8%의 충원율을 보였지만 2021년에는 84.9%로 14.8%p나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충원율을 보였다. 전남지역 역시 전년도 충원률은 99.3%였지만 2021년에는 89.7%에 그쳤다. 유기홍 의원은 “대학 등록률 분석을 보면 대학의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이나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화된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립대도 미충원과 대학 소멸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위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대학교육연구소는 앞의 보고서에서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 고등교육 공공성에 대한 인식 결여 △ 한계에 직면한 사학중심 체제 △ 대학서열화 부추긴 재정지원 사업 △ 선별적 재정지원 한계와 통합관리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낮기에 정부 재정지원이 전체적으로 빈약하고, 대학 서열에 따라 소수 대학을 선별해 편향적으로 지급하며, 정부 부처 간 사전 협의 없이 유사중복으로 지원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 지원, 서울 대형 사립대에 집중

실제 정부 대학 재정지원 상황을 보면, 지역 국공립대보다 서울 대형 사립대 중심으로 지원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재정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대학(4년제 198곳, 전문대 136곳)의 지난 2019년 정부 일반 재정지원(교육 및 연구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 학자금·국공립대 경상비 지원 제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대학의 대학 당 지원액은 225억 원인데 비해 지방대학의 대학 당 지원액은 121억 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일반 재정지원 사업은 크게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인력양성 사업과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개발 사업으로 나뉘는데, 인력양성 사업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큰 차이는 없었지만 연구개발 사업은 지방대(52억 원) 지원 금액이 수도권(149억 원) 대학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개발 사업 지원액 상위 10개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등 서울 대규모 대학 6곳이 포함돼 있는 반면 지방대는 특성화대학인 포항공대를 제외하면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만 10위권 내에 포함돼 있었다. 지원 금액을 봐도 지역거점국립대 중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부산대는 85억여 원이지만, 연세대 203억여 원, 고려대 166억여 원 등과는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표 참조)

 

ⓒ대학연구소(2021), '정부 대학재정지원 분석' 보고서
ⓒ대학연구소(2021), '정부 대학재정지원 분석' 보고서

정부 일반 재정지원 사업비를 학생 1인당 지원액으로 살펴봐도, 서울 대형 사립대 쏠림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립대 학생 1인당 지원액은 포항공대가 3,115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 710만 원, 성균관대 644만 원, 고려대 630만 원, 한양대 495만 원 순이었다. 반면 국공립대학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울산과기원이 2,836만 원, 한국과학기술원 1,727만 원, 서울대 1,334만 원 순이었고, 이외 지역거점 국립대는 부산대 506만 원을 제외하면 모두 300~400만 원대였다. 9개 지역거점 국립대가 2019년부터 연 예산 1500억 원에 달하는 국립대 육성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의 대형 사립대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표 참조)

ⓒ대학교육연구소(2021),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벙언' 보고서
ⓒ대학교육연구소(2021),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 벙언' 보고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국공립대의 위기와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전국 국공립대의 공동 입학, 공동 학위 수여를 모색하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모델이다. 참가 대학들이 하나의 네크워크로 연합해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며 공동 교육·연구 등에 협력함으로써 대학 서열 완화, 지역 불균형 발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모델은 지난 2004년 정진상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가 저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통해 처음 제시한 후 유력한 고등교육 혁신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가 결국 국정운영 계획에서 제외됐지만, 각 지역거점 국립대 총장들과 교육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는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개념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작년 12월 ‘입시경쟁 완화와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대학서열 해소 방안’ 포럼에서, “9개 거점국립대학을 통합국립대로 만들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80% 수준에서 100% 수준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준비단계에서는 서울대를 제외한 지역 9개 거점국립대가 통합국립대를 구성해 학점인정, 학생교류 활성화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후 통합국립대 간 공동입학 계열별 선발, 공동학위제 수여 등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거점국립대별로 대학과 대학원의 교육 특성화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저서 서울대 10개 만들기(2021)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엘리트 대학들이 지위권력의 독점하는 대학병목이 일어나고 있다”며 “각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있다면 서울로 독점된 교육인프라를 전국 각지에 분산시킬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대학교육의 탁월성과 기회와 접근의 평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이 네트워크화한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전국의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어 연구 인력·연구자원·연구결과물의 집중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거점 국립대를 향한 거시적인 정책 수립과 정부·기업의 장기간의 투자, 연구 및 교육역량이 쌓이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립대학법·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혁신 바탕 마련
대학 개혁을 위해 법적·재정적 바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별히 국립대와 관련한 법안이 현재 ‘국립학교 설치령’이라는 이름의 대통령령,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법적 근거가 빈약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대의 설립근거와 재정지원을 명확히 하는 ‘국립대학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안 제정으로 정부의 국립대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각 대학 예산집행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기홍 더불어 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2021년 국립대학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립대와 국립대학법인의 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에 격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국립대 법적 지위를 명확히했으며,  국가 및 지자체의 지원 의무, 재정확충,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확보 등에 관한 종합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지난 2월 ‘제20대 대통령 고등교육 대선 공약’을 제안하면서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국·공립대학 무상등록금제 시행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과 함께 △국립대학법 제정을 요청한 바 있다.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필요 과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이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할당받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처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을 위한 교부금으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 교부금 총액이 국내총생산(GDP) 1.1% 이상이 되도록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현재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부문 투자 규모는 GDP 대비 0.7% 수준으로 OECD 주요국 평균인 1.1%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해, 고등교육 재정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 역시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대표발의했다.

곽영신 |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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