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
이것은 내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다.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어렵다. ‘대학에 문화가 있나? 문화란 뭘까? 사회문제 아니야? …… 아! 정말 어렵다’ 누구하나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
‘대학문화’라는 것이 자체도 아리송하지만 더욱 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학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빈틈을 쉽게 들키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재료를 요리조리 바꿔 요리해놓아도 사람들은 쉽게 입을 갖다 대지 않는다. ‘특이한, 특별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기사에 취재를 요청할 때마다 사람들은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며 거절하기 일쑤다.
“당신은 정말 특별해요. 진짜.”
좀 오래된 일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맞아 인터뷰를 갔다. 인터뷰 허락을 받고 약속을 잡기까지 4번의 전화와 이메일을 보내야 했다. 정년퇴임인터뷰는 자신의 인생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 전부인데 교수님은 해줄 말도 할 말도 없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렇지만 나의 애절한 부탁 때문인지 끝내 약속을 잡았다. 약속시간에 도착해 교수님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하나 없어 보이는 인상과 먼지 하나 없던 연구실에 기가 죽어 걱정과 긴장으로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교수님은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큰소리로 웃으셨다. 그 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눈에서는 먼지도 보이고 농담도 들리고 그렇게 ‘빈틈’을 내보이셨고 나는 그 빈틈 때문에 성공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교수님은 그나마 좋은 인터뷰어의 모습 중 하나다. 애초부터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해 입을 열지 않는 건지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먼저 좋은 기사거리를 놓친 기자로서 아쉽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21세기는 개성시대, 자기표현시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미니홈피는 기본, 블로그, 트위터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건지인들은 너무 자기표현에 인색한 듯하다. 자기표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그냥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당신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똑같지 않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특별한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문화는 즉, 대학문화는 대학생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현을 하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이려면 작은 힌트라도 떨어뜨려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의 꽃이라는 20대. 절대로 시들지 않는다는 청춘들이 모여있는 대학의 문화가 천편일률적인 대중문화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개성도 없고 특징도 없는 것으로 흘러가는 것이 슬프지 않은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특별한 빈틈’을 조금만 내보이자. 그럼 한층 성숙되고 시들지 않는 청춘의 모습을 닮은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대학문화가 보일 것이다. 그럼 내가 그 대학문화를 찾아 건지인들의 표현에 대한 보답을 해줄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김선희│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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