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과 유사한 뇌파 발생
가정 및 사회의 관심 ‘절실’

△전북정보문화센터에서는 도내 대학교를 다니며 인터넷중독예방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이 게임을 시작하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제자리에서 해결한다.’이것은 전북정보문화센터(이하 정보문화센터)의 황연정 상담사가 지난 1년 간 학생들을 상담하며 겪은 실제사례 중 하나다. 지난달 17일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됐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어머니를 살해한 후에도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다던 20대의 이야기는 결코 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임중독은 우리 지역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정보화지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대학생 게임중독 수치는 8.5%로 2007년보다 1.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등학생의 게임중독 수치가 평균 13%인 것을 고려할 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생의 게임중독 수치는 매우 높다. 대학생과 직장인이 게임중독을 호소하며 정보문화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 역시 증가 추세다. 2008년 12월 경원동에 개소한 정보문화센터에서 현재까지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대면상담을 진행한 사례는 집단 상담을 포함, 약 40건. 실 사례는 표면화 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생의 게임중독 증가 원인은 고등학생에 비해 자유로워진 자신의 삶을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학교나 가정으로부터 집중 관리를 받아 시간에 쫓기던 이들은 대학에 오며 누리게 된 자유를 생산적인 일에 이용하지 못하고 게임에 쏟게 된다. 주변의 관리가 없기에 중독의 강도 또한 거세다. 마음만 먹으로 아르바이트 등으로 PC방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기에 게임을 향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계속된다.

또한 대학생활의 부적응, 성적 저하로 인한 의욕 상실 등은 이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한다.  다수의 게임중독 학생들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대인관계를 형성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다. 정보문화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던 A 씨 역시 임용고시에 연이어 낙방하자 게임에 빠졌다. B 씨 또한 타 지역에서 대학에 진학해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껴 게임을 시작했고 중독에 이르렀다. 황 상담사는 이러한 행동을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에 중독돼 게임이 현실을 지배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이 정보문화센터를 방문해 상담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정보문화센터에서는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에게 개인상담·인지 행동치료·미술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왜 게임에 노출됐는지 파악하게 하는 치료방법들로 황 상담사는 “심리적 불안요소를 제거해야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보문화센터에서 제공하는 심리·적성·성격·진로검사 등은 상담을 받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주에 걸쳐 상담을 받았던 우리지역 거주 대학생 C 씨는 이러한 상담을 통해 게임 중독을 이겨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게임을 했으며 10시간 이상도 게임에 빠져 있던 때도 허다했다는 C 씨는 상담을 마친 현재 게임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단다. 대신 센터에서 제시한 방법을 따라 철저한 계획을 세워 자신의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았다. C 씨는 학생들에게 “어렵겠지만 게임을 줄이고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게임중독은 치료가 아닌 ‘예방’이 최선이다. 최근 분당서울대학병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오래했을 경우 발생하는 높은 충동성과 대뇌 활동성은 마약 중독자의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중독을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내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대학생의 게임중독은 더 이상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함께 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이다.

정보문화센터 홈페이지에는 게임 중독 자가진단 설문지가 마련 돼 있으며 관련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문의전화☎ 063-282-2021

고미라 기자
gmr@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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