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법학전문대학원․법학

오늘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특정 집단이나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이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거는 기치는 똑같이 자유민주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권력이나 부의 독점 또는 독과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 계층, 세대, 지역 등의 공존을 요구하고, 그러한 요구를 부정하는 세력, 특히 그것을 폭력적으로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다.
이 때문에 특정 국가의 헌법질서가 자유민주주의를 토대로 하는 경우, 그 질서는 공존의 규칙을 규범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경우에는 반드시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해서 하라는 법치국가적 요청의 1차적 수혜자는 사회적 강자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적극적 급부 활동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라는 사회국가(복지국가)적 요청의 1차적 수혜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헌법 내에 들어 있는 공존의 질서는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민주주의 생명선이라고 불리는 의사표현의 자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내에서 표현되고 작용하는 의사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이다. 헌법은 그 어떠한 의사에도 우위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갈등과 대립 및 충돌을 허용하면서, 잠정적 타협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잠정적 타협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수의 의사가 영속성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의 소수는 내일의 잠재적 다수’라는 명제가 성립하며, 헌법은 주기적인 선거 등을 통하여 그러한 명제의 실현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놓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규범적 거울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어떨까? 과연 현재의 집권세력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덕목을 갖추고 있는가? 나와 달리 생각하고, 달리 표현하며, 다른 이념을 지향하는 세력과 공존해야 한다는 의식을 그들은 가지고 있는가? 지방의원 선거의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어 호남지역 지방의회의 독식을 탐하는 제1야당인 민주당에게서 군소야당의 최소한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의 에티켓을 찾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아도 미성숙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MB정권을 맞아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 의사표현, 언론보도 등에 대해 경찰권, 검찰권, 정보권력 등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철퇴를 가하는 MB정권의 행태는 아무리 보아도 반 자유민주주의적이고, 반 헌법적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유모차 엄마들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수사권을 휘두르고, MBC피디수첩 사건에서 작가의 이메일까지 들여다보고 까발린 행위를 통해서 정권의 치졸함이 어느 정도인지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다양성이 짓밟히고 획일성이 강요되는 국가는 이미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전체주의국가이고, 법치국가가 아니라 폭력국가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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