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주류는 왜 세종시를 반대하는지 궁금하다. 정부기관 몇 개 이전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13개 부처 이전이 그들 말대로 진짜 수도분할이라고 믿기 때문인가? 아니면 수도권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략적 선택인가?

세종시 백지화를 주장하며 그들은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는 구국의 결단으로 정치적 이익을 떠난 충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에 13개 정부부처 이전은 그들의 거창한 주장과 달리 그렇게 대단한 사업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기관은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 떨어져 있으며, 정부청사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와 그 주변일대에 퍼져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그들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1993년에 완공된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는 경제부처와 농림부, 환경부 등 7개 부처가 일하고 있다. 1997년에는 대전 정부청사가 만들어져 조달청, 관세청 등 9개 기관이 이전했다.

그들 말대로 세종시가 수도분할이면 우리는 이미 두 번에 걸쳐 수도분할이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 한나라당과 그 전신 신한국당 집권시절 만들어진 수도분할이다. 그들은 그때 누구도 과천과 대전의 정부청사 건립을 수도분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종시에 행정기관 이전은 수도분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수도분할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면 모를까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세계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집중된 곳이다. 그 집중이 결국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벌써 30년 전이다. 그런가 하면 지방은 서울의 성장을 위한 공급기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런 지방에 일자리와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역대 정부는 시늉으로라도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것마저도 걷어차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는 고사하고 소의도 버리는 낮 뜨거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과거 정권과 연관이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기 싫은 사람들 같다. 전 정권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거리두기로 지역균형발전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도권의 투기 욕심을 지켜주기 위한 정략적 선택이 아닌가 싶다. 인구와 자본이 집중된 수도권만 잘 지켜내도 정권의 안보와 선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어떤 짓을 해도 표를 찍어주는 지역과 사람들이 있으며, 그 반작용으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는 지역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자족기능이 부족하면 그것을 보강하면 된다.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할 이유가 없다. 행정기관 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출발점이다. 지역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한다면 세종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우리 모두의 필수 과제다. 그 분산 속에 정치, 경제, 문화, 일자리, 희망의 분산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최두현┃전북환경운동연합 녹색대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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