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구조․흰개미 습성 등 다양하게 이용
과학발전과 함께 21세기 산업의 주역으로
인간의 기술적 난제 해결하는 ‘실마리’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구와의 전쟁에서 23전 23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거북이의 딱딱한 등껍질 구조를 응용해 만든 거북선으로 왜군의 화살을 효과적으로 막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딱정벌레의 단단한 껍질을 보고 갑옷을 제작했고, 사냥을 하기 위한 칼과 화살촉은 육식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에서 착안했다.
이는 현대에 들어와 생명체의 구조와 특징 등을 실제적 기술분야에 적용하는 ‘응용생태학’으로 자리잡았다. 응용생태학은 농산·임산·수산·축산 등의 생산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응용됨으로써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고, 야생동물 관리, 토양보전 등 자연의 보호기술이나 생물관리기술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21세기 산업의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응용생태학은 동물의 뛰어난 감각 능력 및 구조와 기능 등을 과학기술에 적용시키며 발전해 왔다. 로봇기술과 벌의 특성을 접목한 로봇카(robot car)는 벌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행동 반사능력을 이용한 것이다. 벌의 생태 습성을 이용해 충돌 방지 시스템을 발명한 것인데 이에 로봇카는 다른 차량 또는 장애물을 인식해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게 됐다. 즉 로봇카 안에 장착된 레이저 거리계 센서가 벌의 눈과 같은 기능을 발휘해 장애물 탐지와 회피 행동을 순간적으로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동물의 감각 중 뛰어난 감지능력을 갖고 있는 나비를 이용한 예도 있다. 나비가 외부 온도에 맞춰 날갯짓을 함으로써 자신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원리를 컴퓨터칩 냉각 연구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로써 컴퓨터 업계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컴퓨터 칩의 층이 두꺼워 발생한 고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벌의 벌집모양은 산업 공학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박스와 포장에 사용되는 골판지의 내부가 6각형인 것을 보아 왔다. 이는 벌이 한정된 공간에서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6각형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적용시킨 것으로, 안전하고 오래가는 재질을 만들어냈다. 또 벽걸이 텔레비전의 액정화면에 6각형의 기본 입자구조를 만들어 내구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건축 분야에는 개미의 습성이 응용돼 눈길을 끌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건축학자 믹 피어스(Mick Pearce)는 1996년 아프리카 사막 한가운데에 에어컨이 없는 쇼핑센터인 ‘이스트게이트’를 건립했다. 무더운 사막 한가운데에 에어컨이 없는 건물을 짓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흰개미는 이를 가능케 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흰개미는 한낮에는 개미탑 바닥에서 시원하고 축축한 바람을 진흙 방으로 들여보내고, 밤이 되면 시원한 공기를 꼭대기 밖으로 내보내면서 내부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즉, 흰개미는 새로운 통풍공(空)을 꾸준히 만들거나 오래된 구멍을 막으면서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스트게이트는 에어컨이 필요 없었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동물의 구조도 과학기술과 접목해 다양한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일본의 탄환열차(Bullet Train)는 물총새를 통해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기차다. 물총새는 먹이를 잡으러 물 속에 돌진할 때 잔물결만 일으킬 뿐 물 한 방울 튀지 않는다. 이는 유선형 모양을 가진 부리가 저항을 덜어주기 때문인데 이를 기차 모양에 적용해 터널에서 나오는 기차의 소음을 줄인 것이다. 과거에는 열차가 빠른 속도로 좁은 터널에 진입하면 공기의 압력 물결이 성장해 해일과 같이 음속으로 전해지는데 이 소리가 매우 커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샀다. 이에 기차는 물총새의 매끈한 부리 모양을 형상화해 앞부분을 날카롭고 부드럽게 만들었고 이후 소음은 물론 공기 저항이 크게 줄어 속도를 더 내면서도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성과를 냈다.
그밖에 감지능력이 뛰어난 동물을 이용해 만든 로봇으로 지뢰탐지 등 인간의 활동이 극히 위험한 곳에서 탐사 활동을 수행하게 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물 속에서도 접착단백질 성분을 가지고 있어 바위에 잘 붙는 홍합의 성질을 이용해 접착제를 만들었고,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는 엉겅퀴의 갈퀴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러한 발전들은 기계·건축 산업들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도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김용현(농생대·생물산업기계) 교수는 “동물들의 특성을 무엇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발전 방향을 더욱 더 넓히고 이를 생활에 응용해 간다면 인류의 문명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응용생물학은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그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동물들의 습성과 특성이 최첨단 산업과 접목돼 그동안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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