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모 프로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Loser’란 발언이 사회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발언을 한 여대생에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키 미달로 대학 입학 불합격’, ‘탐크 루저’ 등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하는 등 일각에서는 ‘루저의 난’이라 불릴 정도로 네티즌의 분노가 뜨겁다.
이 여대생의 기준에 의하면 나 또한 대한민국의 많고 많은 루저 중의 한 명이다. 딱히 키에 대한 콤플렉스는 없지만, 방송을 보면서 치미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키 작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는데 패배자라니?! 막말이 난무하는 시대라지만, 거 참.
그런데 문득 ‘이렇게 열 받을 필요가 있나’하는 의문이 든다. 나 같은 경우 방송을 보는 순간 울컥했을 뿐,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패러디물만 아니라면 곧잘 잊을 정도다. 듣자하니 30대 남성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방송사와 여대생에게 천만 원의 소송을 걸었단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지라 성급한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막말을 내뱉은 여학생도, 여과 없이 방송을 내보낸 방송사에도 잘못은 있지만 그것이 한 인물에게 천만 원을 줘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이란 말인가. 개인적으로 절대 승소해서도 안되고, 될 수도 없다 생각한다. 과연 울분을 느낀 사람이 그 하나뿐일 것이며, 울분을 느끼지 않다손 치더라도 ‘루저’에 해당하는 남성들이 얼마나 소송을 걸지 알 수 없다. (승소하면 나도 소송을 걸 것이다. 천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인가.)
뜬금없는 말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은 평론가이다. 직업 자체가 평론가인 사람부터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여자에게 점수를 매기는 남자도, 쇼핑을 하며 물건을 고르는 여자도. 심지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홈페이지를 지정하는 것마저 평론이다. 조금 막장이고, 기분 나쁘지만 그 여대생은 자신의 평론 기준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 그야말로 그뿐이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절대적 평론이 바뀌었나, 여성의 이상형 절대기준이 바뀌었나. 170㎝가 안 되는 내 작은 친구에게도 애인이 있다. (그런데 나는 없다, 젠장.) 막말을 각종 패러디를 통해 유머로 받아치는 네티즌들의 모습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 대학 게시판 등을 통해 인신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은 심히 이해하기 어렵다. 화면을 통해 첫눈에 반했는데 루저라고 깎아 내리는 바람에 화를 내는 것인가?
세상 모든 이가 평론가라지만 자신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자신과 극히 친한 일부 사람들뿐이다. 벼락을 맞아 뿌리가 썩어버린 오동나무도 가야금을 만들기엔 충분하고, 고여서 썩어버린 물도 도룡이 살기에 충분하다고 했던가. 세간의 평가는 참고 사항일 뿐, 절대적이지 않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준이며, 그것을 새로운 세간의 평가기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휘슬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라.
고동우┃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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