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네스코 지정‘세계 천문의 해’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천문학의 혁명
‘우주 경쟁력=국가 경쟁력 시대’ 성큼

올해는 초기의 만원경으로 갈릴레오가 태양 달 행성 등을 관찰한지 400년을 기념하기 위한  국제천문연맹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2009 세계 천문의 해’이다. 우주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주목받고 있는 천문학은 우리가 우주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천문학이라는 기초학문의 역할이 더 크게 부상하고 있다.
천문학은 별이나 행성, 은하계 같은 천체와 지구대기권 밖의 현상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를 말한다. 천문학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먼저 이론천문학으로 우주론, 양자역학 및 상대성이론 등과 관련이 있다. 또 천체의 관측을 통한 분광학, 측광학을 다루는 관측천문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는 수치천문학이 있다.
이런 천문학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 문명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이집트 문명은 책력을 만들어 사용한 데에서 천문학이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중국의 고대 문명 속 갑골문에는 간지로 날을 표기해 1월과 1년이란 기간을 계측해 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서양과 동양의 천문학 발달사를 보면 고대 그리스에 들어서면서 천문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기원 후 150년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제기했고, 그리스 시대의 철학과 신학적 권위가 높았던 당시 상식과도 맞아 떨어져 환영을 받았다.
이러한 고대 시기의 붕괴 이후 유럽에는 암흑시대가 이어지면서 천문학은 침체기를 걷게 된다. 중세 사람들은 신학의 지배를 받으면서 우주를 기하학과 수학으로 조화롭게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구제에만 머물고 물리적 실체를 다루지 못해 이렇다할 천문학적 발견은 이뤄지지 못했다.

◇코페르니쿠스(왼)와 갈릴레오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약 1400여 년 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여겨진 천동설은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간되면서 바뀌기 됐다. 그는 천동설과 반대되는 개념인 지구와 태양의 위치만을 바꿔 지동설을 제기했다. 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은 그 위에 사는 존엄한 존재이며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중세의 우주관을 일거에 뒤집어 놓아 큰 파란을 일으킨다. 후대에 갈릴레오는 30배율짜리 망원경을 개발해 금성의 위상변화를 관측하고, 수학적 계산법이 아닌 실제적 측정을 보여주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해 줬다. 또한 성능 좋은 망원경이 실용화되면서 천문학의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천문학이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동양에서도 하늘과 별의 세계를 알기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이 있었다. 동양의 천문학은 서양의 과학적 접근과는 달리 천문, 기상, 점성 등 땅의 변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유기적 학문으로 이어져 왔다.
중국 고대에 갑골문에 이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와 여러 역법들이 연구됐으며, 혼천의를 만들어 정밀한 천체 관측을 할 수 있게 됐다. 한 대에는 천문 관측 기술과 역법 계산 능력의 발달로 일식과 월식, 행성의 운행을 계산해 태초력을 발명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남아 있는데 고인돌 덮개돌에는 북두칠성과 남두육성, 묘수, 북쪽왕관자리 등의 별자리가 새겨져있다. 농경을 시작한 우리 선조들이 해와 달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하늘을 연구했고, 그 결과를 삶의 일부에 별자리로 남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별자리를 상징하는 동물의 그림뿐만 아니라 동양의 대표 별자리인 28수 별자리 전체를 그린 천문도가 남아 있기도 하다. 또 신라는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관측대인 첨성대와 6 7세기 무렵의 것으로 추정되는 해시계 파편아 남아있다. 이 시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역사서에는 일식, 행성의 움직임, 혜성의 출현, 유성과 오로라 등 240여건의 천문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기록들은 하늘을 관찰함으로 써 그 결과에 따라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수확하는 시기를 정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라시대의 첨성대(왼)과 조선시대의 혼천시계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하늘에 관심이 많은 '과학자'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조선 최고의 천문학자로 불리는 이순지와 김담 등 여러 학자가 천문서적과 역법, 관측기구, 시계 등의 천문학적 발견을 이뤄냈다.
이밖에 천문학과 관련된 발명품을 보면, 대표적으로 17세기에 만들어진 혼천시계를 들 수 있다. 이는 동양의 전통 관측기기인 혼천의와 서양의 추력식 시계를 합쳐 만든 세계에서 유일한 천문시계다. 1만 원 권 뒷면을 살펴보면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그림과 함께 톱니바퀴가 보이는 혼천시계의 일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천문학은 역학, 전자기학 및 상대성 이론과 같은 현대 물리학의 발전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오고 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천문학은 천체물리학이라는 특수 연구 분야의 발전에 힘입어 천체에 관한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에 따라 1958년 미국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설립돼 1969년 인간의 달 착륙을 실현한 ‘아폴로1호’의 발사를 성공시켰다. 소련에서는 1986년 소련의 우주 정거장 ‘미르’를 건설해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에서 우주를 관찰, 탐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천문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는데, 아주 오랜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지구가 하나의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우주에 대한 비밀의 실마리를 풀었다. 앞으로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천문학을 통한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그 속에 또 다른 인류의 미래가 숨어 있다.
전정희 기자
june@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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