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공부하고 습작하면서 시가 뭔지 모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고, 형체가 없는 답을 기다리는 것도 어려운 고민이다. 내게 시란 막연한 허기 같은 것이다. 유년기에 자신도 속일 만큼 거짓말을 썩 잘했던 나는 조숙한 아이라고 불렸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낼 수 없었던 막막한 궁핍을 속이지 않았다면 아마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배탈 날 정도로 먹어야지 만족하는 유별난 식탐을 가지고 있는데, 굶주린 기억을 다 채우기에는 여전히 아쉬이 느껴진다. 종이에 촉감 좋은 펜으로 긁어내는 내 글도 그렇다. 하얀 껍질을 사각사각 벗겨내서 뼛조각으로 남은 나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시를 조각한다는 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이 지루한 고백에 귀 기울이고,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한 가지 고민은 서툰 문장에 따뜻한 숨이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다’ 한 마디 하면 고마움이 온전히 표현될까 하는 부분이다. 가벼운 문장대신, 열심히 쓰겠다는 말로 답하고 싶다. 나를 표현하는 방식은 글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