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이병기청년시문학상 고등부 당선작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올라오신 할머니,
컴퓨터 하는 법 좀 알려 달라며
내 방에 들어와 앉았다
딸각, 멀티 탭의 단추를 누르자
구멍마다 자신들의 배꼽을 맞대고
전기를 빨아들이는 전자기기들,
어미의 붉은빛과 함께 전원이 들어온다
저마다 윙윙거리는 기계음으로
젖을 빠는 소리가 한창이다
나는 얼마 전 할머니 시골집의 진순이가 낳은
강아지들의 젖 빠는 소리를 떠올렸다
제법 통통했던 진순이, 얼마 전 다시 보았을 땐
제 젖꼭지마다 포도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여섯 마리 새끼들 덕에
갈비뼈를 드러내 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것도 컴퓨터에 넣을 수 있느냐며
할머니는 올올이 풀린 스웨터에서
모서리부터 빛바래있는 흑백사진을 꺼냈다
스캐너에 사진을 넣고 뚜껑을 닫자
육 남매를 품은 젊은 시절의 할머니 모습이
모니터에 서서히 데생 된다
어색하게 마우스를 잡은 할머니의 손등을
나의 손바닥으로 감싸본다
육 남매에게 젖을 물리느라
야윌 대로 야위어버린 늙은 멀티 탭의 손,
뼈만 앙상히 남아 딱딱한 그 손의 감촉은
온기만 있을 뿐, 플라스틱과 다르지 않았다
나의 눈시울이 붉어져 갈 때쯤
낡을 대로 낡아 접촉조차 불량한
멀티 탭의 붉은 버튼이 깜박거린다.
장석우 (구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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