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호화로운 무대장치로 발달
다양함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 적합

완벽한 형태로 이뤄진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완벽하게 파악되지 않는 모호함을 간직한 아름다움도 있다. 이 중 포르투갈어로 ‘일그러진 모양의 진주’를 뜻하는 바로크는 완벽하지 않아 우리에게 모호한 아름다움을 안겨주는 양식이다.

바로크라고 하면 절대왕정시기 고전주의와 함께 공존한 예술사조라고 할 수 있다.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고전주의에 반대해 생겨난 것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바로크 양식의 특징이다. 당시 고전주의자들에 의해 퇴폐적이고 무질서, 과장, 허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19세기에 들어와 바로크 양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다양한 현상과 관련해 재평가 받고 있다.


바로크 양식은 음악, 건축, 미술부터 일정한 형식을 갖춘 변화를 선도하는 바로크적 사고까지 다양하게 적용돼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바로크의 오페라

음악에 있어서 바로크는 오페라의 번성과 여러 악기와 악보표기의 통일 기초에 영향을 미쳤다. 또 이때부터 음악은 원래 음악가 개인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 감정을 재현하기 위해 작곡되기 시작했다. 즉 바로크 음악의 대표인 바흐는 후대에 협주곡 형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페라가 대중적인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입장료 수입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면서 무대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의 여지가 중시됐다. 이는 현대의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갖가지 기계장치를 동원해 폭풍우의 장면, 전쟁의 장면 등의 연출에서 나타난다. 호화로운 무대장치, 의상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소수의 특정 스타가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것도 바로크 양식의 영향이다.

 

◇ 화려한 무대장치로 발전한 바로크의 연극


끊임없이 주제를 변용시키면서 이어지는 바로크 음악처럼 바로크는 건축에도 무한 변용 공간을 현대에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프랙탈 이론’을 통해 현대 건축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바로크 시대의 저항적 태도는 오늘날 기계주의적 건축관에 대한 항변으로서 건축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브루스 고프(Bruce Goff)의 ‘배빙거 주택’을 들 수 있다. 버려진 돌, 유리부스러기, 그물망 등 자연적 재료와 폐품화 된 산업자재와 같은 비건축적 요소들을 이용해 자연주의적 형태와 유기적 형태를 이끌어 낸 것이다. 즉 현대의 공간을 기계적 사고로써 만들어질 수 없는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중첩된 구조로 채우는데 영향을 줬다.


바로크 음악과 건축의 특징들은 현대의 모든 문학작품 양식에도 영감을 제공해 생의 좌절이나 전쟁의 참혹함, 인간의 감정 등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했다. 이는 현대 문학작품의 다양성에 기여했고, 대조, 역설, 비유 등 다양한 수식을 바탕으로 한 문학을 발달시켰다.


한편 바로크 양식이 현대에 더 주목받는 이유는 자유롭고 변화를 지향하는 바로크적 사고 때문이다. 김길훈(인문 프랑스어) 교수는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기성의 논리질서에 반하는 자유로운 생각이나 패러다임이 바로크적 사고”라며 “새로운 유행이 자리잡는 시기는 변화와 화려함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바로크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살펴본 음악, 건축 등에 걸친 현대적 영향들은 현 시대에 새로 재현되는 바로크적 미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바로크 양식은 변화와 화려함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를 현대에 적용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며 “다양함이 공존하는 오늘날 바로크 양식과 같이 변화하기 위한 창조적 생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전정희 기자
june@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