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했던 위계질서 아래 선후배 정 돈독
이념 얽매이지 않고 동아리 교류 활발

학술․문화․체육 동아리들의 수는 줄고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을 보면 동아리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80년대 학생운동 세대에서 벗어나 이른바 N세대로 불리던 90년대 선배들이 활동했던 동아리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난 1997년 제 13대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회장을 맡았던 오광진(기계공학․99년 졸) 동문과 우리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리 역사를 가진 가톨릭학생회 회장을 지낸 신명호(법학․97년 졸) 동문을 만나 당시 건지벌 동아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가톨릭학생회 동문들의 모임인 가톨릭학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 동문은 그 시절 책임감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한다. 오 동문 역시 총동연 회장으로서 동아리들의 활동적인 모습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며 그 시절 동아리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사진, 미술 등 전시와 관련된 동아리들의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처음으로 제 2학생회관에 전시실을 만든 오 동문은 전시실을 이용하는 동아리들이 열쇠를 잃어버리는 통에 하루에도 몇 번씩 잠긴 문을 따야 했다. 사소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들이 그에게 보냈던 뜨거운 호응에 자신의 역할이 각 동아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단다. 지난 1985년에 출범해 25대 째 내려오고 있는 총동연은 당시부터 현재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총동연․총학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농활을 진행하기도 한 신 동문은 관련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농활 도중 고된 일과 엄격한 농활 규율에 지쳐 도망간 줄 알았던 후배가 알고 보니 다락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것. 신 동문은 후배를 혼내는 대신, 말 없이 안아줬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것은 학생운동권 시절처럼 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동문들은 그 속에서 피어났던 선후배간의 정은 요즘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들의 마인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또한 최근에는 동아리들의 정치노선이나 각 분과에 따라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경향이 있지만, 당시에는 동아리간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 예로 오 동문은 체육 분과 동아리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던 일을 꼽았다. 큰 행사여서 지나가는 행인들도 볼 수 있었는데 날씬한 모델들이 아닌 체육인 모델을 보고 다들 재미있어 했다며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덧붙여 신 동문은 “지금은 시대적 상황이 달라 동아리간의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지만 자체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동문은 동아리 활동에 대한 소회로 “음식 하나라도 동아리 회원들끼리 서로 나눠먹으면서 느낀 깊은 유대감과 끈끈했던 정은 평생의 자산으로 남아 있다”고 당시의 아련한 향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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