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김동영┃달, 2007

대학 생활의 로망이라 일컫던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대책 없이 들떠 있던 나에게 친구 하나가 불쑥 이 책을 내밀었었다. “읽어봐. 나도 여행 준비하면서 읽어봤는데, 다녀와서 보니까 더 좋더라.”
본명보다는 ‘생선’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30살의 남자가 떠난 230일간의 미국 여행기. 아니, 일기? 마냥 신나게만 생각했던 여행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했던 책. 굳이 이 책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한다면 그 정도로 해두고 싶다.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여행 서적 중에 여행에 대해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도 떠나기 전부터 이미 충분히 마음과 머리를 번뜩이게 하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생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실직이라는 시간을 또 다른 일자리를 찾는 시간에 쏟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쏟기로 결정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다. 그 넓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230일이라는 시간동안 혼자서 가고 또 간다. 외로움에 치를 떨면서도 혼자서 여행을 하는 생선의 여행 스타일을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 외로움에 대한, 외로움을 통한 소통. 그것이 생선이 선택한 여행의 방식이다. 분명 여행은 그것을 통해 떠나는 이로 하여금 활력소를 불어넣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특히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의 여행은 해방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갖가지 이유로 쉽게 훌쩍 떠날 수 없는 우리에게 생선은 이렇게 말한다.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어.”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감히 떠날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쩌면 더욱 뜻 깊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떠났던 여행은 나 스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높이 올라가는 인생을 사는 것과 넓게 퍼지는 인생을 사는 것. 모두가 높이 올라가는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 꼭 나까지 높이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넓게 퍼지는 인생을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는 노을을 보면서 누구나가 아름답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처럼. 그러나 언젠가 우리 삶에 갑자기 불현듯 여행이란 녀석이 찾아온다면 적어도 그 시간을 당황스럽게 허둥지둥 하지 않도록, 혹은 지치고 축 쳐진 나에게 선물이 되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 정도로 읽어 두어도 좋지 않을까. 언젠가 찾아올 여행 앞에 적어도 시간이 없어서 돈 때문에 라는 시시한 핑계를 대지 않도록. 그리고 떠나보면 알게 될 그것을 위해서.

박란/정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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