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감독 김광복 씨



13년 만에 다시 찾은 베니스. 도시가 변한 만큼 그 역시 많이 변해있었다. 배낭 하나 메고 거리를 누비던 대학시절의 패기는 그대로였지만, 이제 그는 꿈을 꾸는 학생이 아닌 꿈을 이룬 감독이 돼 돌아온 것이다. 이번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초청작 <엄마의 휴가>를 연출한 김광복(불문·박사과정) 감독은 힘찬 발걸음으로 레드 카펫을 밟았다.
지난 7일은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된 <엄마의 휴가>의 공식 상영일이었다. 뮤지컬/판타지/드라마 등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이 작품은 결혼생활 20년을 맞은 엄마가 집안의 유리창, 소파, 숟가락 등의 정령들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앞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으로 지난해 하반기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 동안 진행한 <엄마의 휴가> 제작과정은 독립영화의 실험성과 한계성을 고스란히 치른 시간이었다. 제작준비 과정에서 김 감독은 900여 만 원의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남들보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가며 캐스팅을 하고 협찬을 받았다. 이 때문에 독립영화 제작기간이 길 수밖에 없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작품의 독창성과 작가의 의도는 훨씬 더 잘 반영될 수 있었다. 그는 “독립영화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독립영화인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라며 “자신에게 맞는 처지 안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영화 인생은 대학 졸업 후에 시작됐다. 상대를 졸업한 그는 평소 영화에 대한 흥미와 재학 중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의 영향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파리8대학교 영화학과에 입학한 김 감독은 학사와 석사과정까지 마치면서 4편의 영화를 제작해 그곳에서 영화감독의 기반을 다졌다. 프랑스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언어 장벽. 불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던 김 감독은 유학 초기, 전공보다 언어공부에 힘을 쏟을 정도였다고. 수업시간에는 맨 앞에 앉아 모든 강의를 녹음하고, 방과 후에는 교수들의 모든 말을 받아 적어가며 공부했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그는 학과에서 동기들에게 인정받는 노력파, 실력파가 됐다.
앞으로 김 감독은 학생과 감독의 두 가지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영화감독을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그는 현재도 새로운 작품을 구상중이며, 앞으로 독립영화 안에서 장편영화를 준비할 예정이다. 연구에 대한 열망도 크다. 특히 배우의 육체에 따른 영화 발전사를 살펴보는 배우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해볼 계획이다.
스스로 즐겁게 제작하고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김 감독. 더 나아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선보이면서 세계의 권위 있는 영화상을 줄줄이 거머쥘 영화계의 거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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