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사 꽃다발을 들고 있는 이탈리아의 여인, 여성의 목소리로 가득한 집회와 회의가 있는 미국의 곳곳, 자매 페스티벌로 가득한 영국 런던의 거리.

무엇이 연상되는가? 무엇을 연상하든 분명 여성의 하루가 담긴 장면들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서두에 밝힌 모습은 바로 세계 곳곳 이날의 풍경이다. 지금의 풍경이 있기까지 수많은 너와 나 우리가 연대해 온 시간이 존재한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9년 2월, 노동 환경의 개선과 참정권을 위한 뉴욕시 섬유 노동자 대규모 파업이 단초가 됐다. 미국에서 국경일 형태로 출발했고, 1910년 덴마크 국제 컨퍼런스에서 독일 사회학자 클라라 젯킨이의 선언이 ‘여성의 날’제정에 힘을 실었다. 특정 일자 영구 지정을 제안하면서 유럽 국가에서 최초로 채택,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3월 8일로 지정, 이후 1911년 첫 국제 여성의 날이 기념일로 된다. 1975년 UN이 공식화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미모사 꽃다발은 여성의 결속과 파워의 표식이 된다. 미국은 3월을 '여성의 달'로 지정하여 과거와 현재까지 이어온 여성의 업적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이와 관련한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여성의 권리를 표면화하기 위해 국민 다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도 폭력, 임금 격차, 예술에서 대의권 평등, 사회 변화를 주장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시위에 동참하며 확산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과거 조선시대 이데올로기적 차별이 표면적으로 사라졌다 해도 ‘지금 우리는’이라는 물음에 선뜻 "지금 이 시대 한국은 성차별이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미세한 불평등과 차별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데 수많은 장애와 벽을 쌓아 올리게 만들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로도 우리나라는 여타 나라에 비해 부끄럽다 못해 수치스럽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선진국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이 12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이 불편한 영광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과감히 말하자면 공공의 책임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국은 대부분 지표에서 바닥권이다.

그렇다면 지금 청춘들이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서로의 삶을 구하기 위한 연대, 과거 여성들의 상실된 시간을 회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오류와 오판들을 바로잡으려는 진단이 먼저이고,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그리고 여성들 함성에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력이다. 지금도 한국은 곳곳에서 욕망을 숨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하는 여성들에게만 불편한 꼬리표를 하나씩 추가한다. 착하지 않은 여성, 당돌한 여성, 별난 여성, 이상한 여성 등등, 이러한 꼬리표 붙이기는 유리천장 지수를 높이는 거대한 발판이 되고 있다. 여성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누구도 함께할 수 없고, 모두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것은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다. 남성들의 역사 인식,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의식 변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굳이 페미니즘을 들추지 않아도 세계가 갖춰 나가고 있는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상식이 일상이 되는 미래를 기대하며, 상위권 안에 성평등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오르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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