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청년들, MZ-ECO 살펴보기

사진 출처: 프리데코
사진 출처: 프리데코

표어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환경을 보호하던 시절은 지났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도심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보호는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환경보호는 참여자의 숫자도 참여의 방법도 달라졌다.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벚꽃의 개화 시기와 난데없이 쏟아지는 눈 때문에 따뜻한 봄도 차분히 즐길 수 없는 지금. 환경 보호를 위해 직접 나선 청년세대가 있다. 바로 엠제코(MZ-ECO)다.

▲쓰레기 주우며 환경 지켜요, 플로깅
엠제코(MZ-ECO)는 MZ와 환경을 뜻하는 ECO의 합성어로 환경보호를 중요한 가치관으로 삼고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을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행동한다. 실천 분야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와 쓰레기 줍기 등 일상 속 작은 행동부터 제로 웨이스트 장터 개최까지 다양하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플로깅’이다. 플로깅이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upp’과 조깅의 합성어로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한다. 장갑과 비닐봉지만 있다면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대학교 봉사동아리부터 기업 주관 프로그램까지 여러 형태의 단체가 플로깅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학교 봉사동아리 오아시스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플로깅 활동을 진행한다. 임연희(생물환경화학·22) 오아시스 회장은 “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심심찮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쓰레기는 미관과 환경에 좋지 않아 플로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 번 플로깅할 때 60명에서 많게는 80명의 사람이 모여 우리 학교 주변 쓰레기를 줍는다. 임연희 씨는 “플로깅 이후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더 신경 쓰게 된 것 같다”며 “실제로일상 속에서 쓰레기를 줍는 부원도 많아졌다”며 플로깅의 효과에 관해 설명했다.

하지만 플로깅이라고 해서 꼭 수십 명의 사람들과 같이 할 필요는 없다. 모아름드리(전주시·31세)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는 6명 정도 소수의 사람과 함께한다. 그들에게 플로깅이란 삼시세끼처럼 회의하다가도 가고, 회의를 끝내고도 가는 특별하지 않은 행동이다. 걸을 장소를 정할 때도 관광지보다는 가까운 동네를 택한다. “한옥마을처럼 유명한 관광지는 노인 일자리 덕분에 생각보다 깨끗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마을을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프리데코의 플로깅 장소 선정 기준이다. 이처럼 플로깅은 시간, 장소, 참여 인원과 관계없이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다.

▲ SNS를 통한 ‘환경보호’ 가치의 공유
엠제코의 가장 큰 특징은 SNS에 환경 보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 보호 활동 참여는 물론 해당 활동 홍보까지 두 가지 효과를 함께 낸다. 김재우 교수(사회대·사회)는 “경험을 공유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전파할 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보다 효율적”이라며 “관심 및 행동을 유도하는 것에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엠제코는 환경보호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또 행동을 퍼뜨리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용기내챌린지’가 있다. 용기내챌린지는 가게에서 음식 등을 포장할 때 개인 지참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활동이다. 다회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촬영하고 SNS에 #용기내챌린지, #용기내캠페인을 태그해서 올리면 된다. 용기내챌린지는 혼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에 올려 많은 사람에게 참여를 유도한다. 용기내챌린지 참여 경험이 있는 주현우(기계설계공학·17) 씨는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며 환경보호를 위해 다른 사람들도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용기를 내밀 용기가 없어서 걱정할 수도 있다. 챌린지에 참여한 권세현(기계공학·18) 씨는 카페에서 처음 텀블러를 건넬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직원은 친절하게 음료를 담아줬다. 그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꾸준히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다.

▲옷도 사고 환경도 지키는 가치소비
엠제코는 가치소비를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기도 한다. 소비에 가치관을 투영하고 의미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가치소비(미닝아웃)’가 최근 청년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 비싼 돈을 지불하더라도 의미 있는 제품을 사는 것이 가치소비 실천 방식이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 문구로 눈길을 끌었던 ‘파타고니아’가 가치 소비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했다. 이상할 수 있는 광고 문구에는 사실 불필요한 자원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제품을 사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광고 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의 환경 철학에 공감한 결과였다.

최근 한도희(정치외교·23) 씨도 환경보호를 위해 안 입는 유니폼을 업사이클링 가게에 맡겼다. 며칠뒤, 그가 맡겼던 유니폼은 스포츠 경기 관람 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이 돼서 돌아왔다. 한도희 씨는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 예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엠제코 사이에서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동희(공대·바이오융합과학) 교수는 “사회문제 인식의 확산과 실천을 위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 제품 소비를 통해 분출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환경보호, 결국 나를 위한 것
청년세대가 환경보호에 참여할 때 청년이기 때문에 생기는 제약이 있다. 학업,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자기 계발 등이다. 해야 할 것들과 환경보호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아현 대학생기후행동 전국지역 대표는 활동 중 대학생으로서 가장 어려운점으로 학업과의 병행을 골랐다. 

그럼에도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며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주 불모지장을 기획한 환경운동가 모아(사회·21졸) 씨도 “환경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환경에 관심 갖길 바란다”며 청년세대 외에도 모든 세대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변하지 않는 게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길 바란다”는 응원을 보냈다.

권지민 기자 jiipushed@jbnu.ac.kr
이영재 기자 yeo737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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