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의 외상센터,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구조부터 치료와 재활 통해 다시 자연 속으로
“ 혼자서 진료하는 수의사 배출할 때 가장 보람”
병원 역할을 넘어 생태계 보전 교육·연구할 것

산학협력단은 학계와 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연계를 통해 원활하게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오늘도 우리 학교의 미래가치를 열기 위해 밤낮으로 달리고 있는 산학연을 전북대신문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하루를 살아도 자연에서 자유롭게 잘 살아라. 저희끼리 하는 말입니다. 가끔 애매한 때도 있거든요. 완벽하게 나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밖에 나가 살아도 문제가 없는 경우, 그럴 때 그냥 이런 얘기를 하죠.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 다시 자연으로 방생하는 도내 유일한 야생동물병원,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방문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 2006년부터 세종특별자치시, 대구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와 1개의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이하 센터)는 환경부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원으로 우리 학교 수의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센터는 산, 들판 등에서 생활하다 조난을 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야생동물을 구조 및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업무를 수행한다. 사람에게는 권역외상센터가 존재한다면 야생동물들에게는 그 역할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해주고 있는 셈이다.

권역별로 위치한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운영 지침에 따라 입지와 특성을 고려해 특성화 기능을 선정하고 있다. 전북은 수의대 내에 센터가 위치했기 때문에 전문 진료 장비와 같은 물적 자원과 야생동물의학 교수를 포함한 여러 분야별 전문 교수와 수의사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한 ‘전문진료’를 내세웠다. 더불어 수의대 학생의 진료역량 향상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진료 술기 향상과 도내 감염병 감시를 위한 ‘야생동물 질병 연구’를 특성화 기능으로 선정했다.

▲포유류 입원실에서 다리를 다친 너구리가 회복 중인 모습이다.
▲포유류 입원실에서 다리를 다친 너구리가 회복 중인 모습이다.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일과는 여느 병원들과 비슷하다. 오전에는 센터의 입원실에 있는 조류와 포유류 관리가 시작된다. 환자 식사 관리, 입원 중인 동물의 경과 확인하기, 진료에 필요한 다양한 검사 진행 등의 절차가 주로 이뤄진다. 오후 일과는 구조팀이 데려오는 신규 구조 개체들과 함께 시작된다. 신규 개체들의 초진을 시작으로 진단을 위한 검사 진행, 진료 방향성 회의 등이 이어진다. 이외에도 야외 훈련장에서의 재활 운동, 병리학 교실과 사망 원인 확인을 위한 부검, 센터 자체 연구 프로젝트 등의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센터에는 한재익 센터장을 포함한 수의사 4명, 구조재활인력 2명, 간호인력 1명, 행정인력 1명으로 총 8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연간 1만 3000여 건의 진료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센터는 전북권역 전체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출동했던 구조팀이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오는 일도 있다.

▲날개를 다쳤던 독수리가 날기 위해 야외 훈련장에서 재활 중이다.
▲날개를 다쳤던 독수리가 날기 위해 야외 훈련장에서 재활 중이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과 달리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연으로 방생되기에 구조와 치료, 재활 과정에서도 야생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람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지 않는 선에서 치료와 재활이 진행된다. 영구적인 장애를 얻거나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센터로 구조되는 같은 종 새끼의 대리모 역할을 수행한다. 피치 못할 상황에는 안락사를 결정하는 때도 있다. 한재익 센터장은 “살 수 있는데 야생으로 못 나가기 때문에 안락사해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직접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 진료 수의사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영구장애 동물들을 보호하면서 전시·교육할 수 있는 기관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하면서 보람찬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 말에 한재익 센터장은 “진료 수의사였을 때는 치료했던 동물이 잘 회복해서 나갈 때였고, 현재 교수로서는 독립적인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를 배출할 때”라고 답했다. 전국적으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전공하는 수의사는 많지만, 야생동물을 전공하는 수의사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또한, 국가가 전국적으로 야생동물 전문병원을 설립해 운영 중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교수로서 한 센터장의 개인적인 목표는 독립적으로 전문적인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를 많이 배출하고 이들이 우리나라 야생동물 진료 체계를 이끄는 것이다. “센터에서 일하는 수의사가 진료 역량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센터는 야생동물 진료와 질병 연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환경부가 지원하고 수의대가 수행하고 있는 ‘야생동물 질병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대학원 운영’에 실습 기관으로도 참여 중이다.

센터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한 센터장은 “전북에서 유일하게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보니 도민들에게 이러한 사업의 공감대를 얻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센터에서는 국립대학육성사업과 함께 센터 방문 교육, 수의사 체험 행사, 겨울 철새 관찰하기 행사, 생태계 관련 세미나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전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는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주로 하고 있지만, 후에는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교육과 연구까지도 이뤄지는 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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