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와 같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남긴 어록이다. 삶은 ‘의지’라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고, 때문에 무언가를 강하게 갈망한 채 고통받으며 끝내 자신이 바라던 바를 취했을 때는 의욕을 상실해 권태를 느낀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는 결국 인간은 또 다른 것을 욕구하며 다시 같은 굴레에 빠진다고 봤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쇼펜하우어를 다룬 도서 한 권이 출간됐다. 바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장과 아래의 30개 구절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돼 있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담아낸 입문서다. 그리고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로 3월 5일 기준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전국민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유전자에 각인 된 의지로 움직이기에 그 의지를 잠재우는 방향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출판사 서평 일부를 보면 “흔히 쇼펜하우어를 자살을 찬미한 염세주의 자로 알지만, 그는 낙천적이고 웃음이 많았다.” (중략)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즐기며 균형적으로 사는 법을 알았다.” 고 써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를 찾는 우리 사회는 정녕 안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도서 리뷰 유튜버 ‘사월이네 북리뷰’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 대해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는 인생, 아무리 버둥거려도 정의를 만날 수 없는 세상, 도전으로 쟁취할 수 없는 사회, 지금 우리 사회의 퇴행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을 남겼다. 아무리 쇼펜하우어가 낙천적이었다고 한들, 그는 인간의 태생적인 한계를 냉철하게 꼬집고, 적절히 포기하는 태도를 통해 행복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SNS에서 잘난 사람들을 보며 원치 않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사소한 불행을 체감한다. 이는 장차 사회를 부양할 청년 세대가 전반적인 패배주의에 빠지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거시적으로는 지역간 사회·경제·문화적 불균형과 곤두박질치는 출산율, 인구구조 붕괴 조짐을 심화한다. 개선되기는커녕 서서히 침몰하는 세상을 관찰하며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릴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새 희망을 품기보단, 염세 철학을 찾으며 몸을 웅크리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우리에게 현실에 집중하라는 이정표를 제공한 현인이다. 하지만 때론 망상에 가까운 부푼 희망을 순수하게 품고 살던 옛 시절을 그리다 보면, 쇼펜하우어에 익숙한 현시대가 너무도 상처가 많은 게 아닌가 싶은 통탄한 감정이 솟구친다.

박찬재|대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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