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세례자 요한과 함께 있는 마리아와 아기 예수', 1507, 파리 루브르 박물관

 

 

<성모자>의 화가로 알려진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 중 한 명이다. 라파엘로는 두 거장에 비해 젊고 어렸다. 여기에 아쉽게도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살면서 활동 기간도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회화적 업적과 우수성은 다른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파엘로 작품의 특징은 ‘우아한’ 인물들과 ‘부드러운’ 색채의 화면 구성이다. 이는 라파엘로가 초기 피렌체(1504~1508) 시기부터 당대 최고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화법으로 발전시킨 주요한 특징이다. 우르비노 태생이었던 라파엘로는 피렌체로 오기 직전 페루자에서 스승 페루지노에게 화면의 공간 구성을 배웠다. 그러나 라파엘로는 어린 나이임에도 스승과 비견되는 뛰어난 재능과 솜씨를 인정받으며 곧바로 피렌체로 입성하게 된다. 당시 피렌체는 도시위원회와 메디치 가문의 후원 아래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모여드는 곳 이었다. 지난 1500년대 초반 피렌체에서는 다빈치를 비롯한 미켈란젤로, 프라 바르톨로메오 등이 새롭게 재건된 시청사 건물과 현재 우피치 미술관으 로 불리는 메디치궁 장식을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어린 라파엘로는 대가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모든 화가의 고전주의 화법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라파엘로가 피렌체 시기에 제작한 (1507)는 특히 다빈치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즉 이 작품은 다빈치의 미완성된 스케치 (1500~1505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와 유사한 주제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라파엘로는 다빈치의 다른 작품, 즉 (1483~1486)나 <모나리자>(1506년경)에서 봤던 스푸마토 기법 등에 영감을 받아 배경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다빈치는 초기 작품 에서부터 정신적이고 본질적인 원리를 찾아내기 위한 자연의 탐구에 오랫동안 몰두했다. 이와 같은 다빈치의 특성은 <성 안나와 성모자>에 있어서 고심해 스케치를 변화시키며 움직임을 포착하는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빈치의<성 안나와 성모자>는 성 안나와 성모의 정신적 동체이자 분리된 인간상이 불안정하게 등장하며 결국 피렌체에서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지난 1510년 밀라노에서 비로소 완성됐다. 이에 비해 라파엘로의 성모자 상은 안정된 삼각형 구도의 인물들에서 선명하고 ‘조형적인 견고함’으로 형태를 표현했다. 라파엘로는 우아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의 성모자를 투명하고 옅은 푸른 색 배경의 조화로운 화면과 함께 조형적으로 자연스럽게 ‘완성’한 것이다. 즉 라파엘로는 다빈치가 그의 미완성 스케치를 통해 지난 1510년 밀라노에서 <성 안나와 성모자>를 완성한 것보다 앞서서 배경을 스푸마토 형식으로 성모상을 완성했다.

한편 라파엘로에게 있어서 조형적인 생명력과 ‘견고한 형태의 완성’은 또 다른 거장 미켈란젤로의 영향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에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라파엘로의 작품은 아마도 이후 로마에서 제작한 <아테네 학당>일 것이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의 공간 구성과 미켈란젤로의 조형적 형태라는 두 대가의 특성을 절충하고 종합했다. 결론적으로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친근한 성인들의 모습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구조적 형태의 조화로운 화면은 그가 독창적으로 이룩한 전성기 르네상스의 성과임은 분명하다.

김미선 | 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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