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우리에게 인사를 보내는 2023년의 마지막 페 이지와 달리 할 일은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올해의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이곤 하지만,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거나, 시리도록 맑은 겨울의 공기를 느낄 때면 나도 모르게 2023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2023년의 사계절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올해 한 번이라도 마음을 다했다고 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있는가?’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현재의 나로서는 정확히 할 수 없다. 변명을 해본다면 올해가 다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마음을 다 한 일’이 무엇인지 아직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미약하게나마 ‘마음을 다한 일’의 정의를 나는 ‘그 당시에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존재하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다른 일을 제쳐놓을 만큼 노력한 일’이라고 나름대로 내려보겠다.

내가 올해 마음을 다한 일은 밴드부 활동이었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노래를 해보는 게 오랜 꿈이었기 때문에 밴드부에 가입했는데,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여태까지는 청자로서 편안한 마음으로 듣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음정, 박자, 그리고 곡의 감정선과 표현법에 대해 생각해보며 자신이 모든 부면에서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가끔 곡을 부르는 감을 잡지 못할 때면 팀에게 민폐라는 생각에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밴드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채로 단순히 치기 어린 마음으로 가입했던 동아리는, 어느새 마음의 형태를 ‘뿌듯함, 불안함, 즐거움, 자책감’ 등 다양하게 바꿔나갔다.

어떤 일에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감정만을 주지는 않는다. 언젠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에 신이 나게 부르던 노래 도, 또 다른 순간에는 내게 부담으로 다가와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부담이 느껴지는 것 역시 그 일이 내게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초심이 바래 지치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틈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내 삶에 중요한 존재가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다하며 매 순간 행복했느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시간 속을 지나오며 내가 이루고 싶은, 이뤄야 할 확실한 목표를 잡고 나만의 세상을 펼치는 것은 꽤 근사한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도, 다른 일이었다면 그만뒀을 만큼 힘들어도, 마음을 다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시 한 번 일어서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발자국은 뜻깊은 고민으로 가득 찬 자신을 만들 것이다.

정시아 | 국어교육·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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