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 박보나, 에트르

대부분은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이기보다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에 속한다. 전통적인 예술 감상법에 익숙한 우리는 미술관에 가서 차단펜스 너머에서 예술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예술을 소비한다.

그런 순간에도 가끔 섬광처럼 예술 작품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있다. 예술 작품을 직접 만들어서가 아니다. 예술 작품이 대단히 뛰어나서도 아니다. 예술을 받아들이는 내가 그 예술품에 대해 지식이 많아서도 아니다. 어쩌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나와 예술 작품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고, 그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즐겁고 유익할 때가 있다.

“나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영감을 받기 위해 감각을 넓게 열어 ‘창의적인 한 주’를 보내려고 애쓴다. 그렇게 작품의 소재와 주제를 조약돌처럼 모아서 주머니 속에 잘 넣어두고 연신 만지작거리며, 그 돌들을 작품으로 꺼내놓을 미술적 순간을 잠잠히 기다린다.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그렇게 모은 나의 생각과 감각을 담은 책이다. 텁텁한 나의 삶을 예술과 끊임없이 교차시키면서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을 잡아보려 했다.”- 7쪽

작가의 말처럼,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내 삶과 예술과 끊임없이 교차하는 순간일 것이다. 작가는 항상 작품을 만들기위해 교차의 순간을 계속 고민하겠지만, 감상자들은 그러기 힘들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감상자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교차의 순간은 역사적으로 끝없이 존재했고, 그 순간을 탐하는 감상자 때문에 예술은 존재할 수 있었다.

감상자와 예술 작품이 교차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숙련된 감상자가 아니라면 그 순간을 포착하기 힘들다. 우연처럼 작품과 내가 교차하는 순간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박보나 작가는 책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상처를 영상을 찍어서 작품으로 만든 리사 스틸로 시작해서 여러 작가를 거치면서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작가들의 사유 방식과 과정에 대해 보여준다.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는 미술적순간’을 보여준다. 독자가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내 것이 되는 그 순간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예술 안의 내 자리를 찾는 여정이라도 할 수 있다.

박보나 작가의 책은 작품은 소비의 대상이 아닌, 교감과 교차의 대상이 되는 순간을, 낯설게 감각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은 언제나 내가 들어갈 자리를 준다”

내가 예술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됐다면, 반대로 예술을 내 안에 품을 준비가 됐다면, 지식으로 배운 정답이 아닌 예술과 자신만의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강성훈│독립서점 카프카 대표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