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환경’ 위한 진짜 정책이 필요한 때

일회용품 규제 완화로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가능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에 혼란스러워하는 소비자
일부 자영업자, 일회용품 규제 완화 긍정적 반응

 

▲매장 내 갖춰진 종이컵의 모습이다.
▲매장 내 갖춰진 종이컵의 모습이다.

“일회용품 관련 규제가 오락가락해서 매장 방문하는 손님들이 일회용품을 요구할 때마다 혼란스러워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ㄱ씨는 갑작스러운 일회용품 규제 완화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환경부가 지난 11월 7일 일회용품 규제 완화 입장을 밝히며 여론은 다양한 반응으로 나뉘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업주와 자영업자들은 이번 규제 완화를 반겼고 환경단체는 극구 반대하며 정부가 규제 완화보다 환경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길 바랐다. 장현민(공대·환경공학) 교수는 정부가 친환경 소재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까지는 다른 국가에 쓰레기를 수출해 처리할 수 있었기에 일회용품 쓰레기가 지금처럼 논란이 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생겼으며, 그후 우리 나라도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의 매장 내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말부터 코로나-19가 유행하며 해당 규제가 물거품이 됐다. 매장 내 일회용 컵 금지는 유예됐고 일회용품 양은 다시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 일상이 회복됨에 따라 일회용품 규제가 확대됐고 종이컵과 비닐봉지 사용이 다시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정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오는 11월 23일부터 모든 카페와 식당 내에서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11월 7일 일회용품 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카페와 식당 내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가능해졌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해외 각국은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상 편의점과 제과점 등에서의 비닐봉 지 사용을 다시 허용했다. 생분해 비닐봉지와 장바구니 등의 사용이 자리를 잡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는 단속을 더 유예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연장했으나 계도기간의 종료 시점은 설정하지 않았다. 단속 개시 시점은 대체품 품질 개선과 UN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추후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임상준 차관은 “이번 규제 완화는 다회용 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소상공인의 부담 해소가 가장 큰 목적”이라 밝혔다.

신예은(스마트팜·23) 씨는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불편함에 적응해가고 있는데, 다시 규제를 완화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정미강(미디어커뮤니케이션·23) 씨 역시 “소비자들은 다회용 컵과 장바구니 같은 것에 적응이 돼가고 있는 상태인데 갑자기 규제를 철회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이컵과 빨대 규제는 4년 전인 지난 2019년 도입 방침이 정해졌다. 준비기간 3년에 계도기간 1년이 지나 지금에 와서 사실상 규제를 철회한 것은 정부의 시행 의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일부 업주는 일회용품 규제 완화를 반기고 있다. 구정문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이혜원(전주시·53세) 씨는 예전에는 매장 내에서 종이 접시와 일회용품들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정부 지침에 따라 다회용 컵으로 바꿨다. 그는 일회용품 구매 비용보다 다회용 컵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인건비가 더 크다고 밝혔다. 신정문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ㄴ씨도 일회용품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매장은 규제 이전부터 다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 왔다. 계도기간에는 친환경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를 동시에 제공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친환경 빨대 단가가 약 3배 정도 차이나 자영업자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이번 완화 정책으로 친환경 빨대가 소진되면 플라스틱 빨대를 추가 구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된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 정책을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연간 248억 개였다. 지난해 제과점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량은 660t이었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하루빨리 규제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계도기간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에 적응해 왔는데 환경부가 모호한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인식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수단이 아닌 오직 환경을 위한 정책 및 사업을 모색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민 교수는 다양한 공정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 소재 단가가 저렴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될 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다현 기자 dhlee2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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