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이라는 서체의 아름다움 덕에 20년이 즐거웠어요

중국 문학과 한자에 대한 관심, 중문과 진학으로 이어져
대만 유학으로 고대문학 및 서법학 분야 박사학위 취득
“퇴임 후에는 고향에서 전통문화 교육을 가르치고 싶어요”

 

빼어난 필체의 서예 작품, 책장에 빽빽이 들어서 있는 중국어 학술 자료, 그리고 그 사이에 ‘『서주(西周) 금문 연구총서』(이하 『연구총서』)’ 14권이 유독 눈에 띈다. 장장 20여 년간 심혈을 기울인 최남규(인문대·중어중문) 교수의 저작물이다. 어릴 적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최남규 교수는 이제 금문의 대가가됐다. 기자를 반기는 그의 표정에서 넘치는 자신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최남규 교수는 지난 6월,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최대의 광휘를 발하는 『연구총서』를 편찬했다. 금문은 금속 즉 청동에 새기거나 주물로 만든 문자를 말한다. 이는 한자와 비슷하지만 서체가 지금과 달라 전문가만 알아 볼 수 있다. 이번에 최남규 교수는 총 14권의 연구총서 안에 3천 여년 전 서주 시기의 금문을 기물의 종류에 따라 ‘식기’, ‘주기’, ‘수기’, ‘팽기’, ‘악기’편으로 분류해 담았다. 무려 1140개 이상의 방대한 금문 고석이었다.

“중국은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에요. 매년 방문하지만 아직도 연구할 게 천지에요. 중국의 다양한 요소를 공부하는 게 좋아서 교수가 된 것 같아요.” 연구 분야에 관해 말할 때 미소가 끊이지 않는 최남규 교수였다.

임실 섬진강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소년이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수준 높은 인문 서적을 완독하겠다는 집념으로 읽기를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그는 우리 학교에 진학했다. 전공 선택을 앞둔 시기에 그의 눈에 든 것은 바로 ‘한자’였다. 최남규 교수는 자연스럽게 전공으로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했다. “평소 중국의 시가, 소설, 산문을 가까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자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의 남다른 한자 사랑은 대만 유학으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고대 훈고학으로 석사를, 고대 중국어 문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난징대학·난징예술대학에서 고대문학 및 서법학 분야로도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법, 문자의 구조만 연구해서는 완벽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여겼죠. 땅을 깊게 파려면 반경을 넓게 잡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14권의 『연구총서』 발간은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금문의 아름다움 덕에 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글자 하나씩의 가지런함이 시각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전체적인 서법이 자유분방해 정교함과 활기참이 공존하는 특징이 있어요. 금문의 내용으로 중국 고대의 사회상, 국제관계도 파악할 수 있죠.”

최남규 교수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퇴임 후에도 지금의 전공 분야와 문학, 유학을 공부하리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임실에 전통문화 교육을 배울 수 있는 서원을 만들고 싶어요. 제 삶에 활력을 가져다준 금문에 대해 애호가들과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연구실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찬재 기자 cj@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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