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저조한 국가사업 구조조정 통한 비효율 타파 목적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신진 연구원 기회 감소” 목소리
우리 학교 정부 과제 비율 82%, 예산 삭감 시 경쟁력 후퇴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을 밝힌 가운데 정부 과제 비율이 82%를 차지하는 우리 학교 역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월 22일 정부가 내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을 약 3조원 가량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것은 지난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은 24조 9400억원이다. 내년 연구개발 예산안이 올해 12월 국회 예산안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에는 21조 5000억원으로 대학 연구기관을 비롯한 국가 산하의 연구개발 사업이 꾸려져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는 이유로 △기업 보조금 성격, 나눠주기식, 관행적 추진, 유사 중복 사업 등의 구조조정 △성과 저조 사업, 국회 등 외부 지적 사업 등 낭비적 요소가 있는 사업의 축소 등을 들었다. 예산을 축소함으로써 기존에 팽배한 경쟁 없는 국가사업 구조를 전반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진 연구자들의 성장을 위해 학생인건비 의무지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재병 산학협력단 산학협력부단장은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면 우리 학교처럼 총 연구에서 정부 과제 비율이 80%대에 육박하는 지방 국립대의 경우 경쟁력이 크게 쇠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연구의 주체인 석·박사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끊어지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비율은 줄 것이라며 “예산 부족으로 연구의 맥이 끊기면 그것을 회복하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산학협력단이 운영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교내 연구소는 총 102개다. 해당 연구소에서 수행되는 연구과제는 총 1169개며 그중 정부 연구 과제는 959개로 그 비율은 전체 연구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ㄱ 씨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예산을 삭감한다고 해도 이번 예산 삭감이 신진 연구자의 육성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ㄱ씨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올해 4개의 국가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내년에 예정된 국가사업은 현재 한 개뿐이다.

ㄱ씨는 “보통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첫 단계가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인 국가사업”이라고 말했다. 신진 연구원일수록 국가사업을 통해 연구 및 논문 작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해당 국가사업의 결과를 본 기업 및 연구기관이 다시 연구를 의뢰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ㄱ씨는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국가사업이 줄어들면 그만큼 대학원생을 비롯한 신진 연구원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카이스트 총학생회를 포함한 9개 대학 학생회 또한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 전면 삭감 정책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8월 9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구기관 25곳의 내년 주요 사업비가 기존 규모 대비 25% 줄어들 것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학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술”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연구개발 예산 삭감안의 재고 및 과학자에 대한 존중을 요청했다.

집행된 예산을 운용할 타 대학 측도 이번 연구개발 예산 삭감 결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월 14일 개최된 ‘2023년도 제3차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서 곽호상 금오공과대 총장은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경우, 본교의 산학협력단 간접비 수입이 평균 수입의 절반 이하가 될 것”이라며 산학협력단의 간접비가 줄어들면 연구재단과 개인 연구자의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현재 국가에서 배정받는 연구개발 예산을 각 연구실에 배분하는 역할을 하며, 예산 중 일부인 간접비를 이용해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구개발 예산 삭감안에 대한 별다른 조정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박찬재 기자 cj@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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