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 강사 (사회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
김형수 | 강사 (사회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커피 수입금액은 1조 7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카페는 9만 9천개로 4년 새 두 배가 성장했다. 올해 들어 기업들의 재고 비축 효과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수입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하긴 했지만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세계 2위 수준으로 여전히 우리나라의 커피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카페 10만 시대에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카페에서 홀로 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공부나 일을 하기도 하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즐긴다. 이곳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타인과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며 비용을 지불한 후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지 않는 한 떠날 것을 강요받지 않는 한 평 남짓한 나만의 ‘자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The Great Good Place’(1999)에서 집도 직장도 아닌 공간으로 자주 드나들며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고 휴식과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네 서점, 카페와 같은 ‘제3의 장소’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스타벅스 CEO였던 하워드 슐츠가 이를 스타벅스에 적용해 집이나 직장에 대한 생각을 잊고 쉬며 상대방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출구로서의 공간’으로 스타벅스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페는 자유의 공간이지만 타인과의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혼자 방문하더라도 되도록 콘센트가 넉넉히 구비된 카페에서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언제든 켜질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심지어 유리창 안과 밖에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과도 힐끔힐끔 시선을 주고받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는 카페가 자유로운 개인과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개인 모두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되는 이중적 공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카페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한편 파편화된 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욕망을 직간접적으로 투영하는 독특한 장소가 됐다. 집과 일터라는 공간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며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깊게 침잠하며 살아가는 각 개인은 일상 공간을 벗어나 카페에서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돼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경제위기와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한국은 그러한 측면에서 카페가 번성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세평 남짓한 고시원 방이나 원룸, 공무원 학원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신의 처지를 잊으며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 다른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노인들에게 있어서도 최적인 경제적 공간이자 사교 공간. 커피 산업의 꾸준한 성장은 어쩌면 암울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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