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 교수 (사회대·정치외교)
안문석 | 교수 (사회대·정치외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다 돼간다. 정치와 외교 관찰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몇 가지 주안점을 가지고 정부를 봐왔다. 기후변화, 인구절벽, 미·중 전략경쟁 등 지구적 위기에 얼마나 깊이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 가는지. 그런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한미가 구성한 핵 협의그룹에 일본까지 참여시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고, 무시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한·미, 미·일은 동맹조약을 가지고 있으니 긴밀히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한·일이다. 한·일이 동맹 수준의 안보협력을 한다?

지금의 동북아 국제질서 속에서 동맹 수준의 안보협력이 되려면 적어도 3가지 조건은 충족해야 할 것이다. 첫째, 위부위협(external threat)이다. 적으로부터 느끼는 위협의 정도도 비슷해야 한다. 북한, 중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을 적으로 보는 정도가 우리와 일본이 비슷한가? 대화로 북핵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면서 북한을 악마화하려는 일본의 전략에 발을 맞추어야 하는가? 또, 지난 2018년부터 방위백서에 중국을 주된 위협으로 명시하고 있는 일본과 인식을 같이 해야 하는가?

둘째, 신뢰(credibility)가 존재해야 한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여전히 갈등 중인 일본과의 사이에 신뢰가 존재하는가? 지금도 수시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고위 관료들이 종군위안부, 강제노역 없었다고 역설하는 일본과 우리가 신뢰 관계를 형성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강제노역 배상을 우리 기업이 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했을 때 일본이 “감사합니다. 우리도 그만한 조치를 하겠습니다”고 했는가? 오히려 퇴행적 역사 수정주의에서 일보진전 없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안보 이익(security interest)을 공유해야 한다. 상대가 군비를 강화하면 내가 불안해지는 게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이 됐고 이후 많은 전쟁을 일으키는 동인이 돼 왔다. 이걸 벗어나 “네가 잘되면 나도 좋고 네가 강해지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정도는 가져야 안보 이익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자위대가 군비를 강화하면 우리는 어떤가? 더 안심되는가?

진지하게 성찰해 볼 일이다. 일본과의 안보협력이 바람직한지. 지금의 상황에서 가능한지. 많은 전제조건을 해결하고 충분한 환경을 조성한 뒤 해야 하는지. 아니 그보다 먼저 적(북한)을 친구로 돌리면 무리한 안보협력은 필요 없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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