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규, 전주 노송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예수성심, 1978

전주 노송동성당에는 예수성심(1978)이라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이 작품은 추상화가이자 국내 화가로서 최초로 한국 가톨릭 성당 유리화를 토착화한 이남규(李南奎, 1931~1993)의 작품이다.

이남규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파리 근교 공방에서 가톨릭 성(聖) 미술의 유리화 기법을 정통으로 배워 지난 1974년 서울 중림동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최초 국내 유리화를 제작했다. 서울 중림동 성당은 한국 최초로 지어진 유서 깊은 성당으로 원래 이름인 ‘약현성당’이 더 유명하다. 당시 국내성당 건축에서 유리화 제작용 유리는 예술성이 전혀 없는 상업적 유리로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따로 만들어 낼 생각조차 못 하던 시설이었다. 여기에 유럽에서 정통 유리화 작품으로 주문 제작할 경우 엄청난 경비나 제작 기간, 운반 등의 문제가 생겼다. 이남규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순수 국내 제작을 기획하고 수소문 끝에 직접 유리의 소성과 색상 하나하나까지 유리 제작자 옆에서 요구하고 설명해 가며 유리화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처음부터 색이 제대로 나올 리 없었고 원하는 색깔이 나오지 않으면 폐기하고 새로 굽기를 반복했다. 많은 어려움 끝에 성당 유리화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약 3cm 두께의 두꺼운 색유리 타일 제작에 성공하면서 기적적으로 중림동 성당 유리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국내적 관심과 환희는 첫 미사가 그해 성탄절에 개최되면서 ‘감격의 미사, 유리화가 국내서 첫선’이라는 한국일보 1974년 12월 26일 자 기사로 그 감동을 그대로 전파했다.

중림동 성당 이후 이남규는 지난 1976년에 공주 중동성당, 인천 간석2동성당, 그리고 1978년에 전주 노송동성당, 서울 혜화동성당, 1979년 서울 시흥동성당과 부평 가르멜수도원의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전주 노송동성당은 혜화동성당 이후 서울 명동대성당 유리화(1980~1884)를 복원하며 펼쳐진 작가의 유리화 전성기 작품들과 비교할 초창기 작품으로써 역사적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유리화 전성기 시절 이남규는 서울 혜화동성당(1978), 명동대성당(1980∼1984), 서울 성심수녀회(1885), 논현동성당(1988), 도봉동성당(1989~1990), 응암동성당(1990∼1991), 광주 공군비행장 내 성요한성당(1988) 등을 제작했고, 한편 전주에서도 노송동성당 이후 1987년 전동성당 유리화를 제작했으나 이듬해 원인 모를 화재로 소실됐다. 이외 작가는 서울 정동교회 등 개신교 교회를 포함해서 50여 곳의 성당 유리화 작품을 남겼다.

초기작 노송동성당 은 검정 바탕 위의 청색 둘레와 노란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단순하면서도 영광스러운 빛의 모자이크화이다. 작품 주제 ‘예수성심’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예수의 심장과 사랑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크게 세 가지 패널로 나뉘는 작품은 가운데 광채 나는 예수의 심장을 중심으로 상처와 희생을, 그리고 양쪽 패널에서 축복받은 일곱 가지 식물 중 보리와 포도를 표현하면서 우리 지역의 풍요로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렇듯 이남규는 ‘유리화’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설, 국내의 유리화라는 씨앗을 심어 뿌리 내리게 하고 그 꽃을 피워내고 토착화시켰다. 올해는 이남규 작고 30주기로서, 서울 명동성당 갤러리에서는 그의 업적을 회고하는 특별기획전(2023.9.6.-9.21)을 개최하고 있다.

김미선 | 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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