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대한민국 16강 진출, 환호

▲16강 포르투갈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16강 포르투갈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TV 화면 속에 ‘대한민국 16강 확정’이라는 문구가 떠오르자 사람들이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환호한다.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맞이했다. 브라질의 벽을 뚫지 못하고 8강 진출은 좌절됐으나 전 국민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월드컵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응원 현장에 다녀와 봤다.

▲12년 만에 16강 진출, 다시 쓴 도하의 기적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있던 지난 3일, 경기 시작 6시간 전부터 구정문 일대 가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경기 시작 10분 전이 되자 어느덧 술집 안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TV 화면을 응시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손흥민! 손흥민!”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김예린(원예·18) 씨는 “오늘 가나전처럼 조규성 선수가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고 들뜬 얼굴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 시작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포르투갈의 선제골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정누리(생명과학·18) 씨는 “비록 가나전 때 지긴 했지만 두 골을 넣은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역전골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사람들의 탄식과 초조함이 이어졌지만 전반이 끝나갈 무렵, 술집의 분위기는 다시 환호성으로 뒤바뀌었다. 이강인 선수의 코너킥이 호날두 선수의 등에 맞고 이를 김영권 선수가 왼발을 사용해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만든 것이다. 이에 김도훈(고분자나노공학·18) 씨는 “오늘은 진짜 16강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처럼 대한민국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1로 후반전이 시작되고 포르투갈이 슛을 시도할 때마다 가게 안 사람들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결국 후반이 끝나고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전진이 보이지 않자 술집 내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바로 그때, 손흥민 선수가 단독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술집 내 사람들의 환호가 거세졌고 모두가 발을 동동 굴렀다. 손흥민 선수의 킬패스로 그 공을 이어받은 황희찬 선수가 골을 넣어 역전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의자 위에 올라가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 순간만큼은 한마음 한뜻이었다. 최대한(경영·19) 씨는 “손흥민 선수가 마스크를 써 앞선 경기에서 활약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오늘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해낼 줄 알았다”고 답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까지 지켜봐야 16강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가게의 TV 화면은 재빠르게 가나와 우루과이전으로 바뀌었다. 공이 가나팀의 골대와 가까워질 때마다 사람들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2:0으로 이기고 있던 우루과이가 여기서 한 골을 더 넣는다면 대한민국은 16강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가나는 끝까지 수비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나를 응원하며 길고 길었던 일희일비의 연장전이 지나고 경기가 종료된 순간, 술집 내 함성은 극대치에 달했다. TV 화면 속에 ‘대한민국 16강 확정’이라는 문구가 떠오르자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흥에 겨워 ‘아리랑’을 부르며 환호했다. 송은수(지역건설공학·19) 씨는 “솔직히 말하면 역전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며 “오늘처럼만 경기가 이뤄진다면 브라질전도 해볼 만할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파에도 불구하고 온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도하의 기적이 이뤄졌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이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이다.


▲뜨거운 열기, 월드컵을 즐긴 사람들
김민정(서울시·22세) 씨는 유튜브에서 거리 응원 현장을 지켜보다 충동적으로 광화문으로 갔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인 만큼 직접 가서 거리 응원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광화문에서 응원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손흥민 선수가 넘어질 때, 김민재 선수가 다쳤을 때와 같이 선수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였다. 아슬아슬하게 슈팅이 빗나갔을 때 역시 함성이 높았다. 김민정 씨는 “다 같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경험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며 “군중과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응원하고, 스포츠를 마음껏 즐긴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박시우(반도체·22) 씨는 인스타그램 광고로 CGV에서 월드컵 중계가 이뤄진다는 정보를 접했다. 카타르 현장에서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껴보고 싶어 1인당 2만원이라는 가격에도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가나전을 봤다. 영화관에 30~40명 정도의 사람들이 보러왔고 부모님과 같이 온 초등학생들, 친구들끼리 놀러 온 고등학생들로 연령대가 다양했다. 조규성 선수의 멀티골이 터질 때 자리에서 일어나서 환호성도 지르고 신나 했던 것이 거리 응원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성인이 되기 전에는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으며 월드컵을 봤지만, 밖에서 월드컵을 즐기니 색다른 경험이었어요”라며 “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니 카타르 도하에 있는 듯한 생생한 사운드가 느껴져 매우 만족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세현(전주시·35세) 씨는 카타르 월드컵 직관을 위해 해외 원정을 나갔다. 경기 전날부터는 다음날 경기 응원을 위해 팀장 및 팀원들, 현지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응원 셋팅에 관한 논의를 했다. 현장에 메가폰 반입이 금지돼 목 컨디션 조절과 악기 셋팅을 비장하게 준비했다. 모두 한목소리로 응원해 경기가 끝날 때쯤 목이 쉬어 있었다. 현장에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 코스프레를 한 사람도 있었다. 박세현 씨는 “결과만 바라보기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4년동안 온 힘을 다해 준비한 실력을 한없이 보여줘서 후회 없이 즐기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응원하고 있는 현지 붉은악마들의 모습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응원하고 있는 현지 붉은악마들의 모습이다.


▲붉은 악마의 역사와 성숙한 응원문화
사람들과 다 같이 응원하며 연대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월드컵의 묘미다. 우리나라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동안 이런 응원문화 또한 계속 발전해왔다. 특히 거리 응원 문화가 확산하며 월드컵은 그야말로 전국적인 축제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거리 응원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열풍을 일으켰다. 축구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지난 1998년부터 서울특별시 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에서 소규모로 야외 응원을 해왔다.

그러나 그 당시는 축구 경기를 집에서 편히 즐겨보는 경향이 강했다. 붉은악마는 경기장에 가지 않는 시민들도 모두 함께 거리로 나와 응원하고자 했으며 2002년 길거리 응원으로 대한민국은 하나가 됐다. 결과적으로 50만명으로 시작했던 응원단이 700만명까지 확대됐다. 붉은악마 전주지회는 “중요한 순간에 하나가 되는 우리의 민족성과 최선 이상을 해주는 우리 대표팀이 있으니 응원단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전북현대 선수 6명이 출전하면서 지역의 축구팬 응원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이 가운데 전북현대 소속 선수들이 포르투갈 3차전에서 맹활약을 보였고, 가나 2차전에서도 두 골을 넣어 해당 경기의 대활약을 장식했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전북현대 선수는 공격수 조규성, 미드필더 백승호, 송민규, 수비수 김진수, 김문환, 골키퍼 송범근 총 6명에 달한다. 전북현대 창단 이래로 가장 많은 인원을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됐다.

이세훈(전주시·40대 중반) 붉은악마 전주지회 회원은 현재 전주에 500여 명의 회원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붉은악마 회원은 소모임, 지역자치단체를 통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붉은 옷을 입고 응원을 한다면 붉은 악마라 칭할 수 있다. 회원에 가입하면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차이만 있다.

이전에는 경기의 성적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경기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수하고 돌아오면 야유가 쏟아지기에 선수들은 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력과 그들의 의지를 보며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붉은악마 전주지회는 “성적이 중요치 않다고는 못하지만, 성적보다도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한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변화로 우리나라의 성숙한 응원문화가 잘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민경 기자 minkwin51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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