㉕『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비비언 고닉, 바다출판사

삶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문학 장르로 수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필은 짧습니다. 그 짧은 글 안에 소박하지만 중요한 삶의 성찰이 녹아 있습니다.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면은 단편소설과 비슷하지만, 수필은 상상으로 쓴 글이 아니란 경험을 토대로 글을 씁니다.

그런데 수필이 경험을 토대로 쓰는 글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가 힘듭니다. 경험은 분명하지만 경험 그대로 기술하지 않습니다. 평소 작가의 사상과 삶의 기준 등이 글에 함께 녹아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주장하는 글이라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저는 수필은 주장하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의 방식을 주장하는 글!

그래서 어떤 작가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삶은 이래야 한다고 설파하죠. 또 어떤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삶을 그대로 묘사하면서 읽는 사람이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어떤 방식이 더 좋은 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첫 번째 방식은 주장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기에 동의하거나 비판하기 쉽습니다. 또는 더 쉽게 감화되고 감동합니다. 아니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전문 지식, 그러니까 건축이나 미술 등의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읽고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는 글입니다.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정확히 잡히지 않는 무엇인 거죠. 사실, 이 둘을 잘 섞어서 쓰는 작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작가든 이 둘 중에 어느 쪽에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이는 작가가 선택하는 거죠.

오늘 소개하는 비비언 고닉은 두 번째 방식에 더 치우쳐 있습니다. 삶의 단면을 그대로 담담하게 서술합니다. 그런데 읽고 나면 뭔가 이상합니다. 정확히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 뭔가를 말하고 있고, 그 뭔가가 자꾸 저의 뒤통수를 잡아끕니다. 그래서 결국 직접 찾아내게 합니다. 독자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 찾아봐. 내가 지도를 줬잖아. 보물은 직접 찾아봐. 이런 식인 거죠.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작가, 비비언 고닉을 좋아합니다. 보물을 찾는 재미도 있지만 작가가 숨겨놓은 보물이 마음에 듭니다. 그 보물이 내가 찾은 것과 다른 사람이 찾은 것이 달라서 더 좋습니다. 혹여 저와 같이 책을 보면서 자신만의 보물찾기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강성훈독립서점 카프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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