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이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길 바랍니다

27년 간 교사 생활 이후 작품 활동에 전념
일상적인 숲길에 ‘빛’을 더해 생명성 표현
“유행 따르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 추구하길”

 

곳곳에 핀 야생화와 철제 조형물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커다란 정원. 옹기종기 무리진 형형색색의 자연들 끝에 단정한 화실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화폭마다 펼쳐진 녹색의 스펙트럼에 감탄할 즘, 이젤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한다. 바로 섬세한 붓 터치로 화폭에 자연을 담아내는 류재현(미술교육·86졸) 작가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류재현 씨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매 수업 시간 교과서에 낙서해 페이지에 있는 그림만 보고도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는지 알 수 있었죠.” 그랬던 그였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원하는 부모의 바람에 결국 미술교육학과에 진학했다. 

떠밀리듯 갖게 된 직업이었지만, 선생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순간은 무척 행복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목마름은 없어지지 않았다. 교직 생활 20년 만에 완주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해 퇴근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 활동을 하느라 매일 새벽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고 이러한 생활은 7년간 이어졌다. 결국, 보다 못한 아내의 권유로 그는 27년 간의 교사 생활 끝에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류재현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풍경으로 표현한다. ‘길’은 그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즐겨 그리던 소재다. 그는 당시 암울한 사회에 만연했던 죽음, 저항 등의 부정적 메시지를 아스팔트 길로 나타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제가 겪은 사회 분위기가 그림에 많이 녹아들어요.” 

류 작가는 주로 어릴 적 한 번쯤은 가본 것 같은 길을 그린다. 40대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숲길을 통해 자연에 깃든 생명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풍경에 ‘빛’을 더해 거룩한 생명의 기운을 강조하고 사물에 떨어지는 빛을 포착해 시각화한다. “자연에 있는 사물이라도 빛이 비쳐야 비로소 살아 숨쉬기 시작해요. 빛의 떨림이 저를 들뜨게 하죠.”

류재현 작가는 현재 상해, 서울 등 여러 국내외 전시전을 앞두고 있다. 류 작가는 사람들에게 그의 작품이 ‘고요한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감상자가 그림을 보며 인류애를 회복하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길을 소재로 한 그림 이외에도 인물화, 정물화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후배들에게 류 작가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유행과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면 좋은 결실을 보게 될 거예요. 결과에 조급해하지 말아요. 예술은 늙어서 꽃 피운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임현아 기자 crushonair@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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