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대 고독사 비율 증가, 대책 마련 시급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자살 등 원인 다양
정부·지자체, 고독사 예방 위해 관리·감독 시행
“법의 충실한 이행과 게이트키퍼 역할 필요”

현장에 도착해보니 유난히 파리가 많았다. 건물 입구에도, 계단에도, 이층 복도 천장에도 수많은 파리가 들러붙어 있었다. 집 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벽과 천장이 모두 새까맸다. 시체가 방치된 지 4주 이상 지난 거 같았다. 집 내부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의 방역과 소독, 탈취가 필요해 보였다. 주로 고독사, 자살, 살인 현장 등의 특수청소를 진행하는 유품정리사인 김새별 씨의 현장 스케치 일부이다. <여는 말>

▲고독사, 전 연령대 대상으로 꾸준히 증가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독사 추정인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고독사(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606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231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전 연령층에서 고독사율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과거 고독사는 홀로 사는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중장년층과 청년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의 원인으로는 △건강 악화, △경제적 어려움, △자살 등으로 다양한 이유가 꼽혔다.

권혁남 협성대 신학과 교수는 『고독사에 관한 법과 윤리적 쟁점』에서 국가가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교수는 생명권은 우리 법이 보장하고 있는 어떤 이익보다도 귀중한 것이며 그 이익의 포기는 법이 보호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어 고독사는 생명권을 훼손해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즉 국가가 고독사를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 조처하는 것은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접근이라는 뜻이다.

▲휴대전화 관리·감독, 실질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려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정부는 고독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예방법)을 제정해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서는 정부에게 실태조사와 통계작성을 의무화하고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강제하고 있다.

전북도 고독사 예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 9월 19일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과 ‘1인 가구 안부살핌 서비스’ 업무협약을 통해 1인 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평소와 다른 패턴이 발견될 경우 읍·면·동 센터에 경보 알림 문자를 발송해 안부를 신속히 확인한다.

군산시는 ‘군산안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최소 12시간 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전에 등록한 보호자에게 위기 상황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전주시는 ‘1인 가구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실태조사,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에 관한 사항이나 생애주기별 고독사 예방대책 및 지원방안 수립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 대다수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고독사 위험군에 놓인 사람들을 관리·감독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사회와 단절된 이들의 고독사 위험을 충분히 예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

▲송천2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건복지서비스 특화사업 '홀로 어르신 고독사 예방 동네 돌봄단'의 활동 모습이다.

전주시 덕진구 송천2동에서는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특화사업인 ‘홀로 어르신 고독사 예방 동네 돌봄단’(이하 돌봄단)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단은 통장이나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70세 이상 홀로어르신 중 기존 돌봄서비스(장기요양, 통합돌봄, 맞춤돌봄서비스 등)를 받지 않는 25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유선 또는 방문을 통해 생활실태나 복지 욕구를 파악한다. 만약 대상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특이 사항이 생기면 주민센터로 연락한다. 돌봄단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석순(전주시·80세) 씨는 “물리적으로 크게 도움을 주지 않아도 계속해서 찾아와서 말동무해주는 것만으로도 적적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며 “자주 눈여겨 봐주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적절하게 조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법이 제정됐지만, 고독사 예방 협의회는 유명무실하며 자료 제출이 미흡한 고독사 실태조사, ‘고독사’와 ‘무연고사’가 기준 없이 혼용되는 통계작성 등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 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적 수단인 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 덧붙였다.

민간의 역할로는 ‘게이트키퍼’로서의 임무 확대를 언급했다. 게이트키퍼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연결해 주거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지원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최 교수는 “법을 제정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며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약사, 구멍가게 주인 등을 통해 직접적인 꾸준한 관심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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