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사고가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처음으로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였으며 언론은 이 사안에 일제히 주목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속보 경쟁하기 바빴다. 정확히는 사건을 파악하기보단 현장 목격자만을 단순히 전달할 뿐이었다. SNS상에서 ‘토끼 머리띠 남성 일행이 작정하고 밀었다’는 글이 빠르게 확산했고, 이에 힘을 싣는 증언이 나오자 일부 언론은 그 말들이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쏟아냈다. 해당 남성은 순식간에 사건의 주동자로 낙인찍혔고, 몇몇 사람들의 지나친 신상 유포와 해당 남성에 대한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무혐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낙인찍힌 이후로 지금까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사회 내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면 우리는 언론을 통해 정보를 수용한다. 그렇기에 대중들이 위험을 인식하는데 미디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흥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위험에 대한 개인의 인식은 특히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사고 역시 전 국민이 주목하는 큰 사안인 만큼 언론이 경각심을 갖고, 사실 확인 없이 퍼 나르는듯한 수동적인 보도를 경계했어야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사고 전 언론의 보도 문제를 비판했다. 용산경찰서는 축제가 열리기 전 범죄 단속을 위한 방안, 경찰 인력 배치 예정 등을 담은 보도 자료를 배포했었다. 당시 기사 대부분은 해당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었으며, 직접 취재하거나 기자의 생각과 판단을 거친 분석 기사는 없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열리기 때문에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 가능했고, 경사가 심한 좁은 골목이 많다는 특징이 있음에도 마약 범죄에 치중된 경찰에게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 언론 보도 경향은 대중들에게 필요한 심층적인 분석까지 하지 않았다.

언론의 신속한 보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의 본질이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론이 단순히 중계하고, 심층적인 분석 기사가 없다면 언론은 SNS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취재를 통해서 진실에 다가서려는 능동적인 태도가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하다. 언론의 본질을 찾기 위해 대중들의 언론 감시와 언론사의 방향성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전북대신문도 고찰하고 반성한다.

김아름 |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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