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연로한 왕세자’. 지난 8일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함에 따라 영국의 왕이 된 찰스 3세를 따라다니던 꼬리표 같은 말이다.

찰스 3세는 1958년 7월 26일, 국왕 확정 상속인 중 맏이에게만 수여되는 ‘프린스 오브 웨일스(Prince of Wales)’ 칭호를 받은 이후로 64년의 기다림 끝에 73세로 왕위에 올랐다. 이는 기존 영국 최고령 즉위 국왕인 윌리엄 4세(64세 즉위)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찰스 왕은 왕관을 씀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영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왕실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왕실 회의론이 강세를 띠고 있는 점과 맞물려 찰스 3세의 국내외적 인기, 지지율이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보다 떨어져 영국인들의 민심 잡기에 상당한 애를 먹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의 조사 결과 그는 56%의 지지율로 여왕(81%)은커녕 아들인 윌리엄 왕자(77%)보다도 훨씬 뒤처진 지지율을 기록했다. 찰스 3세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떨어진 데에는 다이애나비와의 이혼이 결정적이다.

찰스 3세와 다이애나비는 1981년 아직도 회자되는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다이애나비는 다양한 자선 활동 참여, 왕실답지 않은 다정한 태도 등으로 국민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찰스 3세는 결혼하기 전부터 카밀라 파커볼스와 불륜 관계에 있었고, 이러한 외도를 다이애나비가 모를 리 만무했다. 그렇게 둘의 결혼생활에는 끊임없는 잡음이 있었고 결국 1996년 이혼했다. 이때부터 조금씩 들끓기 시작하던 민심은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폭발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누군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오를 때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를 검증의 잣대로 내세우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천하를 평정하려는 자는 자신부터 갈고닦아야 가정을 정갈히 할 수 있고, 나아가 나라를 통치하고 세상을 평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나라를 돌보는 일은 자신 내면의 평화와 가정의 평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찰스 3세의 과거가 아직 영국인들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음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는 누구보다 긴 후계자 수업을 거친 찰스 3세가 왕세자가 아닌 왕으로서 등 돌린 민심을 되찾아야 할 때다. 이번 찰스 3세의 재위 기간이 앞으로 영국의 군주제 유지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학생으로서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류승현 | 공공인재·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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