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흩뿌려놓은 듯한 원색의 하늘과 형형색색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 계절 우리의 마음마저 풍요롭게 할 축제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그 포문을 열었다. 9월 16일부터 시작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장장 열흘간 계속된다. 이번 축제 주제는 ‘더늠(20th+1)’이다. 더늠은 소리꾼이 노랫말과 소리를 새로 만들어 넣은 판소리 대목을 말한다. 주최 측은 내실 있는 무대를 위해 축제 기간을 닷새에서 열흘로 늘리고 예술가들이 공연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의지를 주제에 담았다. 그동안 한국소리문화전당 중심으로 진행됐던 행사 장소를 올해에는 부안 채석강,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 등으로 확장한 점 역시 특징이다.

9월 16일 관객을 만난 개막공연 ‘백년의 서사’는 100년 전 시대를 풍미한 조선 후기 다섯 명창과 현대 예술가의 시공을 초월한 공연으로 화제가 됐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포르투갈, 스페인 등 해외 5개국과 총 7개 섹션, 76회 공연을 마련했다. 코로나 시국 온라인 상영과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아쉬움을 이번 행사를 통해 달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9월 23일부터 전주문화재야행과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열린다. 전주문화재야행은 9월 23일과 24일 ‘치유의 경기전을 거닐다’를 주제로 경기전과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다. 주제에 맞춰 국악, 차회, 움직임, 휴식, 국악 다섯 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경기전 좀비실록’, ‘사관에게 듣는 실록의 진실’, ‘전주 사람 전주 이야기’, ‘경기전 문화재야행 행렬’ 등도 준비돼 있다.

올해 9회를 맞는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음식문화’로, 개막작 ‘평양랭면’을 시작으로 각 나라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담긴 영화들이 소개된다. 폐막작은 제9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출품된 ‘파쿠차:알파카의 영혼’이다. 이 밖에도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와 일본 키친크리에이터 나카가와 히데코가 함께하는 ‘스키야키:감방미식회’, 김규철 영화 기자와 함께하는 ‘된장’ 상영, 전통 놀이와 전통음식 유산 체험, 각종 공연 등이 진행된다.

전주독서대전이 9월 3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2022 전주독서대전은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최기우 작가의 희곡 ‘달릉개’ 연극으로 시작한다. 강연도 다채롭다. 세계 3대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비영어권 작가의 영어 번역 작품)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 토끼’의 저자 정보라 작가, 뇌과학자 장동선 작가, 혼불문학상 수상자 허태연 작가가 강단에 오른다. ‘시민책방’, ‘주경야독 달빛독서’ 등 100여 개 프로그램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10월 6일부터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와 전주비빔밥축제, 10월 7일부터 전주 조선팝 페스티벌 등이 준비에 한창이다. 대부분의 행사가 코로나 시국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다 이번 해에는 온전히 현장에서 시민을 만난다.

가을의 심연에서 때로는 음악과 공연으로, 때로는 음식으로, 영화로, 전시로, 심연을 울릴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유 없이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올가을, 마음의 양식을 한껏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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