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문학동네

저는 삶이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결론적인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결론에 도달한 ‘삶이 아름답다’라는 문장은 과정을 삭제합니다. 결과가 난 문장은 과정 속에 사는 우리의 결핍을 우리도 모르게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결핍을 마주하기 보다 결핍에 잠식되어 더 힘들게 하죠.

하지만 누구나 자기 삶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의지를 담아서요. 때로는 사랑을 담아서요. 어쩌면 한 개인의 역사는 자기 삶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사람의 역사일지도 모릅니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의지는 삶이 참 힘들고 고되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아름답다’와 ‘삶이 고되다’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연결선 위에 우리가 있죠.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이 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뻥은 그냥 뻥이 아닙니다. 현실과 잘 구분이 안되면서도 구분이 되는 제대로 된 뻥이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뻥은 뻥이기에 강요가 없습니다.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역사는? 니콜 크라우스의 소설은 제대로 된 뻥으로 한 사람의 ‘사랑의 역사’를 말합니다. 주인공은 자기 삶의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자신만의 사랑의 역사를 가질 의지가 있는가, 현재 삶의 과정 중 어디쯤 있는가, 또는 어디에 있고 싶은가, 라고요. 이것이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질문을 만들 어내고, 문장에 갇힌 의미를 해방시킵니다.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주인공의 삶이 곧 사랑의 역사였습니다.

'정말이지, 별로 말할 것이 없다. 그는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강성훈│독립서점 카프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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