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내 식탁 위로 어떻게 올라오나 ① 우유 유통 과정

착유한 원유, 목장에서 3번의 현장 검사 진행
생산량 조절 까다로워 원유 가격 연동제 시행
차등 가격제로 변경 예정, 업계에 따라 입장차

 

▲고창 상하농원에서 젖소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다.
▲고창 상하농원에서 젖소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추석 연휴가 끝나면 우유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와 낙농업계, 유가공업체는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 결정 방식을 두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최근 정부는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가격을 달리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제시했다. 2회에 걸쳐 우유 유통과정 파악을 통한 우유 가격 형성에 대해 알아보고 용도별 차등 가격제에 대한 낙농업계, 유가공업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유를 사려고 1500원을 들고 가면, 거스름돈이 남아 사탕 한 개를 같이 사먹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딱 떨어져요. 언제 이렇게 우유 가격이 오른 거죠?” 평소 우유를 자주 사 먹는 박도현(전주시·20세) 씨는 요즘 우윳값이 폭등한 것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우유뿐만 아니라 빵, 요거트, 생크림 등 유제품의 가격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유, 어떻게 내 식탁까지 올라오고 있는 걸까? 우유의 여정이 궁금해 완주군에 있는 정동목장에 찾아갔다.

▲젖소 목장에서 만들어진 원유, 그의 여정은?
‘음매~’ 이른 오전, 다른 이들은 닭의 ‘꼬끼오’ 소리나 휴대전화의 알람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지만, 정동목장을 운영 중인 김재옥(완주군·64세) 씨는 젖소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눈을 뜬다. 김재옥 씨가 아침 일찍 일어나 눈 뜰 새도 없이 하는 일은 바로 젖소의 젖을 짜는 것. 그는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씩 젖소의 착유를 진행한다. “착유장에서 본격적으로 젖을 짜기 전 손으로 조금씩 전유를 짜 유두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요. 이상이 없다면 자동 착유 시스템을 통해 원유를 생산하죠.” 이후 따끈따끈하게 갓 생산된 원유는 자동 착유 시스템과 이어져 있는 저온(3~4℃)의 냉각 탱크로 옮겨져 시원하고 신선하게 유지된다.

착유를 끝내면 젖소에게 밥을 주거나 목장을 청소하며 약간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빵빵!’ 여유로움도 잠시, 정해진 시간이 되면 원유를 공장에 싣고 가려는 유가공업체 기사가 농장에 방문한다. 유가공업체 기사는 소비자들에게 1등급 우유만을 전달해주기 위해 냉각 탱크에 들어있는 원유를 곧바로 싣지 않고 현장 검사를 진행한다. 원유 현장 검사 종류로는 △관능검사 △비중 검사 △주정 검사까지 총 3가지다. 유가공업체 기사는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 더 신선한 우유를 제공하기 위한 마음 때문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장 먼저 색깔과 냄새로 원유의 상태를 확인하는 관능검사가 이뤄진다. 이후 원유의 수분 함량을 검사하는 비중 검사가 진행된다. 비중 검사는 기다란 스테인리스 실린더에 원유를 붓고 거기에 원유 온도 기계를 넣어 이뤄진다. 유가공업체 기사는 수분의 적정수치를 초과하면 원유 온도 기계가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온도 기계가 너무 붕 떠있어도 불합격 처리가 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알코올 반응으로 원유 변질 및 신선도를 검사하는 주정 검사가 실시된다. 유가공업체 기사는 이때 유해 침전물이 생기지 않는지, 산패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핀다.

▲1등급 우유가 되기 위한 원유의 준비

▲목장에서 가져온 우유를 공장의 저장고로 옮기는 모습이다.
▲목장에서 가져온 우유를 공장의 저장고로 옮기는 모습이다.

검사가 끝난 원유는 밸브를 통해 집유 차량으로 옮겨진다. 이때 계량기처럼 생긴 유량계를 통해 각 목장에서 생산된 원유의 양을 확인한다. 현장 검사를 할 때 채취한 표본은 공장으로 넘겨져 원유의 지방, 단백질, 체세포 수 등 140여 가지 항목의 정밀검사가 진행된다. 정밀검사가 끝난 원유는 이제 재옥 씨의 손을 떠나 저 멀리 있는 공장의 저장고로 옮겨진다. 저장고에 있던 원유 속 균을 샅샅이 없애주고자 살균 과정을 거쳐 지방을 아주 잘게 부스러트리는 균질 과정을 진행한다.

이때 가열 온도와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 이 기준으로 살균우유와 멸균우유가 구분되기 때문이다. 살균우유는 65℃에서 30분간 살균하거나 130℃에서 2~3초간 살균되며 멸균우유는 135~150℃에서 2~5초간 살균된다. 멸균우유는 짧은 시간 높은 온도를 가열해 모든 미생물을 그대로 멸균시켜 유통기한이 길고 상온 유통도 가능하다. 살균과 균질 과정을 꼼꼼히 마친 살균우유는 저장탱크에 보관한 뒤 소량을 비커에 담아 표본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에 이상이 없는 우유를 보관하기 위해 공장의 자동화된 로봇이 뚝딱뚝딱 우유팩을 접는다. 우유팩 안에 살균우유를 채워 넣은 후, 제조 일자와 유통기한까지 적어주면 우리가 흔히 아는 팩 안에 든 우유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우유를 공장 냉장고에 보관한 후 새벽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각 대리점 혹은 마트, 문 앞으로 배달한다. 우유는 이런 여정을 거쳐 우리의 손에 들어온다.

▲불안정한 원유 가격, 정부의 해결책은?
원유는 다른 농·축산물에 비해 생산량을 조절하기 아주 까다롭다. 주기적으로 젖소의 젖을 짜주지 않으면 젖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유는 매일 일정량을 꼭 생산해야 하며 쉽게 상하기에 오래 보관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상황 속 우유 소비가 계절에 따라 들쭉날쭉하면서 우유 소비량이 특히나 적은 겨울에는 원유 가격이 폭락해 낙농업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

낙농업계의 안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정부는 ‘원유 가격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는 매년 통계청에서 내놓는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시장과 수급 상황보다는 생산 비용의 변동을 보고 생산 비용이 오른 만큼 원유 가격도 올리게 한 것이다. 유가공업체에겐 매년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매하게 했다.

그러자 유가공업체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생산 비용에 따라 가격을 정하다 보니 비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원유 가격은 1083원으로 2001년에 비해 72%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의 원유 가격 상승률은 10%대에 불과했다. 이에 유가공업체들은 해외 원유를 수입해 유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민 1인이 국내산 흰 우유를 섭취하는 양은 지난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8kg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유제품 소비는 63.9kg에서 83.9kg으로 늘었다. 결국, 국내에서 생산한 원유가 많이 남았음에도 국내 원유 가격은 오르게 됐고 유가공업체의 해외 원유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원유를 용도별로 나눠 가격을 달리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국내산 흰 우유를 만드는 원유인 음용유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리터당 1100원)하고 유제품을 만드는 원유인 가공유는 수입품과의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내리는(리터당 800원)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 간 견해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안유진 기자 lisaisa@jbnu.ac.kr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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