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년간 논의 끝에 반지하 철거 결정
조망권 보장되지 않는 반지하의 열악한 환경
철거 위해선 거주민들의 입장 파악이 급선무

지난 8월, 극심한 폭우로 서울시 신림동 일대 반지하가 침수돼 그 안에 거주하던 일가족 세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번 홍수 피해로 반지하를 철거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현재 각 지자체는 반지하 거주민을 돕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에 따라 반지하의 거주환경과 반지하 거주민 즉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의 현황을 살펴봤다. <여는 말>

부동산 중개인의 안내로 완산구 중화산동에 있는 한 반지하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실제 매물로 나온 가구의 내부는 쿰쿰한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어둡고 습했다. 햇빛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며 주거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에 있는 매물과 반지하 매물은 가격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지상 매물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인 반면, 반지하 매물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이었다. 중화산동 일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용한(전주시·41세) 씨는 “워낙 집값이 저렴해서 거주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며 반지하는 아무래도 생활이 어려워 찾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반지하 21채가 분포하고 있는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토도리골의 전경이다.
반지하 21채가 분포하고 있는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토도리골의 전경이다.

▲취약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던 노력
물론 그동안 정부가 이러한 실태에 대해 모른 척 일관했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로 인한 인명 피해로 정부는 상습침수구역에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고쳤다. 이로 인해 반지하 거주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가구의 5%에 해당하는 20만 가구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번 호우 피해로 서울시는 ‘반지하 건축 금지’에서 ‘반지하 없애기’로 정책을 강화했다.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를 주거 목적으로 전면 불허하도록 한 것이다. 이미 허가받은 반지하는 10년에서 20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해 차례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반지하를 없애고 기존 반지하 거주민들을 위해 교외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그들의 거주 공간을 보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도심 지역에 일자리가 몰려 있어 교외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기존 반지하 거주민들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지원 대상자 소외되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 주의
반지하 철거 사업과 같이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바로 해당 계층의 입장 파악이다. 이들을 다른 지역에 정착시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지원책 중 거주민들의 월세를 보조해주는 ‘주거 바우처’가 있다. 이는 최장 2년간 지급 후 지원이 종료된다. 만약 해당 사업에서 보조를 받아 다른 지상건물로 이주한 거주민이 2년간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돌아갈 곳이 없게 되는 것이다. 즉, 정착을 돕기 위한 지원책은 단기적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책 내용을 쉽게,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지하에 사는 거주민들의 소득이나 생활환경은 모두 천차만별이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상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최병숙(생활대·주거환경) 교수는 “매년 주거실태 조사를 하고 주거 취약계층을 포함한 지역의 주거 수요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필요한 주거사업을 발굴하고 정책화하려는 실증적 조사 발표와 더불어 해당 주민과 전문가 등의 간담회를 이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마이홈포털을 통해 정보 제공이 가능하나 웹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자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며 전주시 주거 복지센터를 통한 면대면 정보 제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주택상태나 소유 여부, 주거비 부담 등 국민의 주거 정보에 대한 자료를 관리하는 별도의 단체가 없다. 최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국민의 주거 정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거 취약계층 관련 자료를 주거복지센터와 공유해 주거복지사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엽 기자 30dlf@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