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 명예교수 (농대·식품공학)
신동화 | 명예교수 (농대·식품공학)

 

 

인간, 그리고 우주의 만물과 모든 비물질인 정신영역의 모든 대상에는 오랜 기간, 지구에 나타난 호모사피엔스에 의해서 그 형상과 뜻에 어울린다고 여기는이름이 붙었다. 그 이름에 따라서 대상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서로 공감하는 매체가 된다. 물건은 물론이고, 사람과 동물의 생각과 행동, 느낌 등 감정을표현하는 수단으로 적절한 이름이 붙어있다. 각각의 이름과 감정표현 수단이 없다면 서로 간 의사전달과뜻을 알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동물들은 손짓이나 발놀림으로 자기 뜻을 전달하고 독특한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알리기도 한다. 심지어 식물도 이름이 필요 없는데도 각기 다른 색깔과 향기로 자기 존재를 빛낸다.

그런데 인간과 같이 대상의 이름을 지어 공유하는 경우는 없다. 사물에 붙여진 이름만으로 우리는 그 형상은 물론이고, 그의 특성까지도 연상하게 한다. ‘장미’라고 불렀을 때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 아름다운 색으로 단장한 꽃의 자태와 감미로운 향기하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뾰족하게 솟은 가시와 붙어있는 잎사귀까지 상세하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다. 소나무 하면 어떤가. 고향 뒷산에서 청청하게 자라고 있는 우람하고 범하기 어려운 의젓한 모습이 머리에 금방 떠오른다. 그 소나무 숲에서 묻어나는 숲의 향기가 코언저리에서 감돈다. 송진이란 이름에서 이를 손으로 만져본 사람은 아는 그 끈적거림과, 독특한 송진냄새는 또 다른 정취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낙엽을 긁어 모아놓은 솔가리를 태울때 내는 불꽃과 그 독특한 향기로운 냄새는 수십년전 고향 부엌으로 나를 끌고 간다. 이런 마력은 이름이 아니면 내 감정을 불러낼 수가 없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가만히 가슴속으로 뇌여 보면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따뜻함과 애틋함, 울컥하는 정이 솟는다. 그만큼 주어진 이름에는 심오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

모든 이름에는 그 이름에 걸맞은 가치를 그 안에 품고있다. “네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는 우리말의 뜻은 모든 행동을 조심하라는 경구로 자주 쓰인다.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있다. 우리가 몸담은 ‘전북대학교’는 어떤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앞으로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연이 얽혀져 있는 이름이다. 가장 활기찬 젊음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 터전, 그 이름을 어떻게 잊고 언짢게 만들 수 있겠는가? 나와 그리고 관계된 이름을 빛내게 할 수 있는 원천이 내 마음속에 있다. 불리는 이름이 가진 마력 이다. 이름에서 오는 무언의 힘이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역사에서 잊지 못할 이름들, 그 이름은 나름대로 깊게 쌓아놓은 응축된 힘이 있다. 사주를 보고 책력을 살펴 내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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