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출신 ‘꼬마 사장’, 재계 27위 대기업의 총수 되다

공무원 원했던 부모님 반대에도 농고 진학
조류독감, 화재 등의 위기, 긍정성으로 극복
“모두에게 미래는 같은 크기, 믿고 도전하라”

“긍정적인 사람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기회를 잡고 도전합니다.” 자산 16조원 국내 재계순위 27위 종합식품 기업을 키워낸 기업가 김홍국(경영학·명예박사) 하림그룹 회장은 긍정의 힘을 믿는다. 기자가 만난 김 회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 호탕한 웃음, 그의 모든 말에는 한 기업의 수장에 걸맞는 자신감과 기개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삐약! 삐약!”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을 맞아 외할머니댁에 놀러 간 어린 김 회장은 갓 태어난 병아리 10마리를 마주했다. 외할머니는 잘 키워보라며 병아리 10마리를 주셨다. 그는 모이도 주고 날씨나 환경에 따라 상태도 살피며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병아리는 닭 10마리가 됐다. “어머니 몰래 쌀독에서 쌀을 퍼 들판에서 뜯은 풀과 함께 빻아 주기도 했고, 개구리나 미꾸라지를 잡아다 삶아 먹이기도 했어요.(웃음)”

닭을 장에 내다 팔았더니 열 배가 넘는 돈으로 돌아왔다.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를 사서 키워 파는 과정을 반복했다. 중학교 때는 닭은 물론이고 상당한 수의 돼지까지 키우게 됐다. 그는 “재밌었어요. 제 적성이 이건가 싶었죠!”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가족 대부분이 공직과 교직에 있었기에 가족들은 그 역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닭과 돼지 키우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그는 농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님은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이리농림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키우던 닭과 돼지의 규모가 커져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돼지 사료를 공장에서 직접 사 왔어요. 급할 때는 아저씨 직원이 학교까지 찾아와 결재를 받곤 했죠. 주위에서는 그런 저를 ‘꼬마 사장’이라 불렀어요.” 교사 월급이 20만 원 정도 하던 시절, 그는 한 달에 300만 원을 넘게 버는 어엿한 18세 사장이 돼 있었다.

1978년, 21세에 오늘날 ㈜하림의 모태가 된 익산시 황등면의 ‘황등농장’을 세웠다. 이후 우여곡절을 참 많이 겪었다. 당시에는 가축의 수요 공급이 불안정해 가격의 폭락 폭등이 반복됐다. 가격이 폭락하는 이른바 ‘축산파동’을 겪으면서 그의 사업은 망했다. 생축의 값이 끝없이 떨어지는데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가격은 변함없는 것을 보고 그는 생산-가공-판매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1997년 IMF, 2003년 익산 공장 화재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 끊임없이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이 위기를 견디면 기회가 온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견뎠다. 그렇게 김홍국 회장은 2022년 현재 자산 16조원, 국내 재계 순위 27위, 91개 법인을 포괄하는 ‘하림그룹’을 만들었다.

경영에서 그는 ‘기본과 상식’을 강조한다. 김홍국 회장은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있는 약속 잘 지키기, 부모님 말씀 잘 듣기 등과 같은 기본과 상식이 사회 생활과 기업경영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집무실에는 아직도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가 있다. 이를 통해 김홍국 회장은 삶의 원칙과 공동체 가치를 되새긴다.

김홍국 회장은 우리 학교와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가 졸업한 이리농림고등학교는 이리농과대학, 익산대학으로 성장했고 2007년 ‘전북대학교’로 통합됐다. 사업가로 살면서도 틈틈이 공부해 우리 학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이에 지난 5월 5일 특성화캠퍼스에서 열린 이리농림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는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홍국 회장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적성을 찾는 과정에서 다소 방황할 수 있지만 적성을 찾아 그것에 맞는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문의 길을 걷는 젊은이들에게도,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는 젊은이에게도 미래의 문은 같은 크기로 열려 있다. 각자가 선택한 방식을 믿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후배들의 미래를 응원했다.

백수아 기자 qortndk0203@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