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지난해 교가 변경 찬반 여론조사 진행
교내 구성원, ‘찬성’ 우세하나 응답률 10% 미만
동문 측 “교체 찬성하지만, 변경 과정 신중해야”

지난 2019년 학교 측에서 교가의 작곡가가 친일인사라는 점을 문제로 인지했으나 현재까지 변경되지 않고 있다.

교가는 지난 1952년 6월 8일 우리 학교 개교식 관련 행사에 처음 사용됐다. 이는 이병기 작사, 현제명 작곡의 총 2절로 이뤄진 곡이다. 이를 작곡한 현제명은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행적을 행한 친일인사로 알려졌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등에도 수록돼있다. 우리 학교 외에도 경북대, 서울대, 전남대가 현제명이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여러 역사단체 및 언론사들이 꾸준히 교가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러한 지적은 지난 2019년 3·1절 100주년을 맞아 더욱 불거졌다.

학교 측은 지난 2019년 5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교수회, 동문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기획과는 지난해 6월 9일에서 22일까지 교가 변경 찬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해 설문 내용을 공지한 후 개별 문자로 설문지를 배포했다. 그 결과 새롭게 작곡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획과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이 전체 구성원의 13%에 그쳤다”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설문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었다. 김영현(지구환경과학·21) 씨는 “친일인사가 교가를 작곡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처음 들었다”며 “설문조사가 진행됐다는 것 역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준형(경영·22) 씨 또한 “학교가 해당 문제를 3년 전에 파악한 만큼 빨리 교가가 변경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가는 『전북대학교 상징물 등에 관한 규정』 2조에 의해 교내 상징물로 지정돼있다. 이에 우리 학교는 교가를 단독으로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기획과는 “교가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교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총동창회와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기획과는 지난해 6월 15일 총동창회 측에 교가 변경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총동창회는 교체에는 찬성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교가이기에 섣불리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기획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데에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 교가 교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고려대, 우석대 등도 친일인사가 작사한 교가를 사용했다. 그러나 약 10년 전 우석대는 친일인사로 잘 알려진 서정주 시인이 작사한 교가 사용을 중단하고 현재 백성기 작곡, 안도현 작사의 교가를 사용하고 있다. 고려대 역시 지난 1995년 이광수 소설가가 작사한 교가를 조지훈 작사, 윤이상 작곡의 곡으로 변경했다.

김근엽 기자 30dlf@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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