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새 살이 돋다 1’, 2021

그림에는 강희경(Kang Hee kyung, 1973~ ) 작가 자신인 듯, 아니면 무명의 그 누구인 듯한 인간 형상, 혹은 그림을 마주 보고 있는 지금 우리 모습인 듯한 그 누군가가 있다. 미지의,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옆모습의 그·그녀는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우리, 그 누군가가 돼 감상자를 어디론가 서서히 스며들게 하고 이윽고 깊숙이 끌어당긴다.

빛으로 영롱한 유리 회화, 자연의 빛이 아름다운 그곳은 모두가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내 안의 뜰’이자, 다다르고 싶은 낙원이다. 언제나 작가와 함께 있는 정원의 들꽃과 텃밭, 반짝이며 햇살 받은 나뭇가지들, 이름 모를 풀, 저 멀리 아련한 산과 강, 향긋한 바람과 함께 날려 온 흙 내음, 그리고 소중한 가족 강아지 풍이, 작가의 삶은 소박하지만 이 삶의 충만함은 감동과 힐링이 벅찰 만큼 가득한 공간이다. 이것은 또한 작가와 감상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 안의 뜰’이다. 코로나-19를 겪은 우리는 우울감과 상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시선이 머물며 감사와 기쁨이 어우러진 힐링의 장소, 삶의 풍경에서는 이를 극복하고 새 희망이 돋아난다. 이는 우리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과 화병 안에서도 싹트며 꽃피우고 창 너머 모든 자연 어느 곳에서 맑고 투명한 빛으로 가득한 작고 소중한 선물 같은 풍경, ‘내 안의 뜰’과 같다. 이곳은 ‘삶의 기쁨’이 가득한 작가의 삶 속 주변이자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 마음속 그곳이다. 이렇듯 작가의 유리 회화는 작가의 개인적이지만 우리 내부의 울림이고, 삶의 희망과 기쁨이 충만한 ‘치유의 공간’ 안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를 인도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유리 회화 작가 강희경의 16회 개인전이 전주 숨 갤러리(2022.05.23.~06.04.)에서 개최된다. 지난 2019년 개인전 이후 틈틈이 다양한 전시를 보여줬지만 단독개인전으로는 6년 만의 외출이다. 작가는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고,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학 유리조형 전공(학·석사과정)으로 졸업했다. 또 귀국 이후에는 오랫동안 서울과 부천에서 활발하게 작업했다. 그러나 작가는 도시의 삶에서 답답한 회색 도시의 벽에 숨이 막혔고 많이 아팠다. 탁한 공기는 아토피가 있는 작가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점점 늪에 빠지는 듯 힘들게 했다. 많은 시간을 도시에서 생활했던 작가는 무엇보다도 환경을 개선하고 바꿔야 할 용기가 필요했고 지난 2019년, 고향 정읍에 자리를 잡았다.

두려움이 컸지만 놀랍게도 고향의 삶과 자연은 작가에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충만함과 삶에 감사를 느끼게 했다. 이에 ‘새 살이 돋다’ 전시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자연의 만남과 아픔의 극복, 새 희망이 돋는 치유를 보여준다. 작가의 회화는 유리에 비친 빛으로 자연이 주는 본성을 깨닫게 한다. 창밖에 자연의 빛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어서 밖으로 나오라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의미를 찾는다면 이것이 행복이라고 유리 회화는 아름다운 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힐링의 뜰’이 우리 곁에 있음을.

“색이 없어도 유리의 투명과 불투명으로 충분히 표현되는” 빛의 향연, 물론 “자연광에서 진가가 발휘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작가는 전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계속 도전하고 있다.

김미선 | 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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