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정표 없는 비포장 도로, 자신만의 이정표를 찾아가길

'킬링필드' 관람 후 영화의 매력에 눈 떠
한예종에서 수학, 봉준호 감독 연출부로 활동
아동성범죄에 분노해 영화 '소나무' 제작

2022 전주국제영화제 공모에 총 1330편의 영화가 접수돼 역대 최대 출품 편수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지역공모를 통해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풀어 낸 영화 <마음에 들다>를 선보인 강지이(국민윤리교육·95졸) 감독을 만나봤다.

“저와 영화관의 첫 만남은 답답함이었어요. 덕진 학생회관에서 반공영화를 상영한대서 갔더니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었죠. 그래서 어릴 땐 영화관을 너무나도 싫어했어요.” 영화관을 싫어했던 중학생 시절 강 감독은 단체관람으로 영화 <킬링필드>를 만나게 됐다. 이 영화를 통해 강지이 감독은 자신이 우물 안 속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꼈다.

“캄보디아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기자가 이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에서 잠복 취재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나와요. 이를 계기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계속해서 영화를 보게 됐고 그때부터 제 취미는 ‘비디오 빌려보기’가 됐어요.”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사범대에 진학했으며, 졸업 후 임용시험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난생처음으로 시험에서 떨어진 강지이 감독은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고 자문하며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내린 답은 영화였다. 그 길로 임용시험 대신 한예종 영상원 시험을 준비했다. “여러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한 자리에 앉아 기승전결을 주욱 쓰는 작업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그런지 제 연필이 멈출 줄 모르고 글을 써내려 가더라고요.” 그는 단번에 시험에 합격했다. 그 시절을 회상하던 강 감독의 눈에는 흥미가 서려있었다.

한예종 영상원에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봉 감독의 <Sink and rise>, <인플루엔자>, <괴물> 연출부로 활동했다. 이후 전주로 다시 내려와 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는 <괴물>을 연출부 생활을 할 때, 한강 남단과 북단을 전부 자전거로 돌며 장소 헌팅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강 감독은 세상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나누기 위해 영화 제작을 하고 있다. 

“운전하면서 소나무를 바라보던 도중 라디오에서 아동성범죄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사회에 내재해 있던 아동성범죄가 몇십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 영화 <소나무>를 제작했어요.” 그는 전주영상위원회 제작지원을 통해 <소나무>(2010)를 만들게 됐다. 그후로<연락처>(2019), <마음에 들다>(2022) 등 영화감독으로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인생을 ‘이정표가 없는 비포장도로’라고 일컫는다. “누가 이쪽으로 가라 알려주지 않죠. 제가 곡괭이를 들고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 고민하며 제 길을 찾아가는 거예요.” 그처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도로에 이정표를 하나씩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백수아 기자 qortndk020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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