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가 끝난 직후 ‘ㅇㅇㅇ의 나 하나쯤이야’라는 제목으로 익명 커뮤니티에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제1학생회관 CU 편의점 앞, 체육대회에서 나온 쓰레기와 그 위로 하나씩 던져진 쓰레기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게시글에 70명이 넘게 공감했으며 댓글에는 무질서하게 쓰레기를 버린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당 문제에 관한 기사 사진을 촬영하고자 체육대회가 끝난 직후 분리수거장을 방문했다. 필자가 마주한 장면은 게시글의 사진보다 훨씬 심각했다. 작은 쓰레기통 앞으로 캔, 페트병, 일반쓰레기가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심지어 음식물까지 섞여 있어 악취가 진동했다. 기자가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음에도 쓰레기를 던지고 가는 학생도 있었다. 이미 쓰레기가 쌓여 있는 탓에 그 위로 캔, 유리 등 쓰레기를 하나씩 던지고 가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지금 우리는 쓰레기 더미와 직면하게 됐다.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은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는 관념이다. 때문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할 경우 우리는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관념과 행동의 부조화로 인한 불편함이다. 이때 쓰레기를 투기하는 개인은 생각과 행동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관념과 행동 중 하나를 바꿔 부조화 해소를 시도한다. 이를 ‘인지 부조화 원리’라고 한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한 이의 경우 쓰레기를 다시 줍기보다 ‘이미 많이 쌓인 쓰레기, 나 하나쯤, 딱 한 번 더 버려도 괜찮겠지’라고 생각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를 다시 줍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간편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잘못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다 보면, 쓰레기를 버릴 때보다 더 큰 부조화에도 무뎌지게 된다. 즉, 도덕적 판단 기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너지고, 잘못된 행동에도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도 쓰레기 무단투기와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게 되면 가치관과 다른 행동으로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다. 인지 부조화로 인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그 사람은 비난받을 만한 이유가 있어’라며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하기 쉽다.

가치관을 왜곡해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는 일이 늘어난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양심이 무뎌질 수 있다. 오늘 쓰레기를 투기하고 아무렇지 않았다면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진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아름 |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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