⑰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바다출판사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유미코는 두 번을 결혼했고, 첫 번째 결혼은 남편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건강하고 모범적이고, 술도 마시지 않고, 도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첫 번째 남편은 아들 유이치와 아내 유미코를 남기고 죽기 위해 철로 위를 걸어갑니다.

‘당신은 왜 그날 밤 치일 줄 뻔히 알면서 한신 전차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갔을까요…….’

위 문장은 유미코의 남편이 갑자기 죽었을 때를 이야기하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의 끝은 물음표가 아니라 줄임표로 끝납니다. 작가는 문장부호 하나 허투루 쓰지 않습니다.

왜 죽었는지 알 것 같지만, 끝내 알 수 없는 것! 묻는다고 해도 답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짐작만 하고, 그 짐작이 맞는지 알 수 없으니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줄임표가 아닐까요?

사실 두 사람은 대화가 잘 이뤄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동문서답을 하거나 자신이 궁금한 것만 묻고 서로 다른 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의 직장에 전직 스모 선수가 들어왔고, 그 전 스모 선수는 스모 선수일 때의 상투를 자르지 않습니다.
남편은 말합니다.

“그 상투를 보고 있으면 왠지 안 됐다는 마음에 견딜 수가 없더라고.”
“으음, 왜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런 상투를 왜 잘라버리지 않을까?”
“여보, 고시엔까지 진짜 걸어갔어요?”
“그 상투를 보고 있으면 왠지 힘이 빠지거든.”
“아앗, 또 사팔뜨기가 됐어요.”

남편은 버릴 수 없는 것을 보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여자는 그 이유를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여자는 여전히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왜 철도를 터벅터벅 걸어갔을까요…….

버릴 수 없는 것을 버릴 수 없기에 남편은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걸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도 추측입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지 않는다면 알 수 없겠지요. 그렇게 유미코는 두 번째 결혼을 하고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면서도 계속 남편의 죽음에 대해 묻고 또 묻습니다. 이 힘든 물음에는 슬픔이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유미코는 그 물음에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그냥 모른 척 우울증 때문이라고 단정지어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진지한 삶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미코는 그렇게 슬픔을 간직한 채 소소한 일상을 삽니다.

‘이제 슬슬 유이치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네요.’

소설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강성훈│독립서점 카프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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