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구분되지 않아 보행자 사고 위험↑
도로위 불법광고물로 도로 유효폭 1m 부족
교통상황과 이용률 고려한 자전거도로 마련 절실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네거리에 조성된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모습이다.

지난 2017년 전주시가 전 행정자치부의 ‘2017 자전거도로 사고위험지역 정비 사업’에 선정돼 올해 1월부터 기린대로와 백제대로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 중이다. 지난 2009년을 시작으로 전주시는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을 위해 ‘그린 스타트’ 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대폭적인 개선과 전기자전거 시범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 1월 25일에는 ‘사람 중심 생태교통도시’ 4대 추진전략 중 하나로 생태교통 활성화를 위한 자전거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2km의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거나 정비해 자전거도로 확대를 추진하며 전주시 내에 자전거 주행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전주 자전거 주행에 있어 잘 갖춰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북대신문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원광대학교 한방병원에서부터 사대부고 네거리까지 주행해봤다.

▲인도와 자전거도로에 에어라이트, 폐자전거 등 상가의 불법 유동광고물, 적치물이 놓여있다.

원광대 한방병원 네거리부터 덕진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놓여 있는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위에서 자전거 주행을 시작했다. 이 분리형 겸용도로는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실선과 포장재로 구분돼 있어 비교적 구분하기가 쉬웠다. 인도는 보행자 약 3명이 동시에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였고,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1대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이었다. 처음에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주행하는 것이 쉬이 진행됐지만 자전거도로 중간에 간간이 놓여 있는 선간판, 에어라이트등 상가의 불법 유동광고물들이 주행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넘나들며 주행해야 했으며 인도 보행자들과의 접촉이 불가피했다. 전주시의 ‘2022 자전거도로 개설·정비계획’에 의하면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인도 폭 2m 이상, 자전거도로 폭은 1.6m(현장 여건에 따라 1.2m까지 축소 가능)로 유효보도 폭이 3.5m 이상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이 겸용도로의 폭은 약 3.3m였으며 불법 주·정차 차량과 불법 유동광고물이 놓여 있는 경우 이 겸용도로의 유효 폭은 약 2.3m로 1m 가량 부족한 상황이었다.

▲덕진 시외버스터미널 앞, 비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이 도로는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전북대학교.소나무한의원 앞 정류장 부근을 향해 나아갔다.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앞 자전거도로와 다른 형태인 비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시작 지점에 자전거와 사람 그림을 그려놓았을 뿐 별다른 표시가 전혀 없었다. 이에 겸용도로 위 자전거도로를 개의치 않고 걷고 있는 도보자를 피해 다니는 데에 온 신경을 써서 주행해야 했다. 자전거 이용자 ㄱ씨는 “여기저기 자전거도로의 생김새가 다 달라 연속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 구간은 자전거, 보행자 도로 구분이 돼 있지 않아 이용하기 불편한 편”이라고 전했다. 장태연(공대·도시공학)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자전거도로가 활성화되며 정부 차원에서 자전거도로 개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때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로 개설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마구잡이식의 겸용도로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전북대학교.소나무한의원 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자전거 전용차로 표지판이다.
▲전북대학교.소나무한의원 정류장 근처에 위치한 자전거 전용차로 표지판이다.

이어 종합경기장 네거리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최근 전주시의 ‘2022 자전거도로 개설·정비계획’에 따라 도로 위에 자전거 전용차로가 그려진 형태이다.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제3조에 따르면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도의 일정 부분을 자전거 등만 통행하도록 차선 및 안전표시나 노면표시로 다른 차가 통행하는 차로와 구분하는 차로로 정의된다. 도로는 ‘차도-버스전용차로-자전거 전용차로-인도’ 순으로 배치돼있었다. 인도와 자전거 전용차로 사이에는 연석이 설치돼 단차가 존재했지만, 자전거 전용차로와 버스전용차로는 같은 도로상에서 실선으로만 구분돼 단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전북대학교.소나무한의원 정류장 근처의 자전거 전용차로로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도로상에서 실선으로만 구분돼 있는 모습이다.
▲전북대학교.소나무한의원 정류장 근처의 자전거 전용차로로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도로상에서 실선으로만 구분돼 있는 모습이다.

8차선 도로 위 자전거 하나에 몸을 싣고 있어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져 있다는 생각으로 주행했으며, 실제로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주행자는 7명 중 1명꼴이었다.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하지 않고 인도 위로 주행하고 있던 ㄴ씨는 “전에 차도 위 자전거 전용차로를 이용할 때, 바로 옆에서 추월해 나가는 자동차들과 주변에서 들리는 경적 소리에 굉장히 두려웠다”며 인도 위에서 자전거를 주행하고 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가다 보면 시내버스 승·하차 구역과 맞닿아 있는 구간이 있는데, 지난번에 버스 하차 승객과 제 자전거가 뒤엉켜 넘어질 뻔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자전거 전용차로는 중간 중간 끊겨 있어 왔다갔다하며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주시는 자전거 전용차로의 흐름이 끊기는 이유에 대해 진행 차량의 우회전으로 자전거와 진행 차량이 충돌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자전거 전용차로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따릉이를 타고 가던 20대 남성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종합경기장을 지나 신정문, 사대부고 네거리 쪽으로 나아가 또 다른 형태의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의 분리형 겸용도로는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식재, 벤치로 나뉘어 있었지만 앞선 분리형 겸용도로와 마찬가지로 인도에 간간이 놓인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나갈게요’라고 외치며 자전거도로 위로 도보하고 있는 보행자들을 비켜 주행해야 했다.

하갑주 생태교통 시민행동 대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 불법 유동광고물을 정비하고 파손된 겸용도로를 정비할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보행자, 자전거, 차량 이용자의 의식 개선을 요구했다. 하 대표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라고 권유할 수 있는 자전거 주행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태연 교수 또한 “무작정 자전거도로를 늘리기보단 교통상황과 이용률을 고려해 보행과 자전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차로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호 간 정해진 질서, 규칙을 지켜주는 것이 안전한 교통 문화를 갖출 수 있는 요건”이라 설명했다.

전주시는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주행을 위해 일부 자전거 전용차로에는 표지판 설치, 불법 주·정차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자전거도로 조성 및 홍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이우현 기자 qazsad123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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